안중경

 

“빛의 정점”

 

그늘의 끝_162x112cm_acrylic+oil on canvas_2009

 

 

 

세오 갤러리

 

2009. 6. 4(목) ▶ 2009. 6. 25(목)

서울시 서초구 서초1동 1666-12 꿈을 꾸는 세오빌딩 | T.02-583-5612

 

www.seogallery.com

 

 

붉게 타는 나무_130.5x130.5cm_acrylic+oil on canvas_2009

 

 

빛의 정점

                             김미진(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 홍익대미술대학원부교수)

안중경의 그림은 측백나무를 소재로 어두운 배경으로 부터 나뭇가지의 끝 부분들이 빛으로 표현되어 화면 중심을 구성하고 있다. 작가는 물질중심의 시대에서 정신적 본질을 찾아나가는 데 쉽지 않은 젊은 화가로서의 삶과 지금껏 회화가 추구한 전통적 빛의 표현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실험적 역할을 측백나무에 이입시킨다. 나무는 햇빛이나 조명에 따라 직접적으로 형체를 드러내며 반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늘이나 아예 빛이 없는 밤에 나무 스스로가 빛을 내며 어렴풋한 형태를 띠는, 존재자체에서 에너지의 정령이 발열하는 모습처럼 그려진다.

그 속에는 많은 색채가 중층적으로 얹혀 있고 최종적으로는 푸른색이나 붉은 색의 발열방식으로 처리되어 나무의 영적이고 내면적이며 신비스러운 정체성이 느껴진다. 나무는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가장 친근한 자연물이며 동시에 초자연적이고 물질적이며 추상성의 우주목 (宇宙木) 같은 종교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그것의 뿌리와 가지는 동일한 형태로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받치고 있어 머리와 발을 하늘과 땅에 두고 있는 인간과 비교되기도 한다. 안중경은 이런 나무의 의미에서 디지털정보화와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의 세속적 세계에서부터 예술의 본질을 찾아 형이상학적인 것을 향하는 화가의 본능을 함께 이입하며 표현한다. 측백나무는 흔히 볼 수 있는 정원의 관상용으로 끝부분이 하늘로 올라가며 불꽃 모양을 만들어 늘 푸른빛과 함께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생생한 얼룩_162x112cm_graphite+oil on canvas_2005

 

 

안중경은 태양빛이 숲속에 떨어지며 밝고 어두운 잎들의 강한 터치를 만들어 생기가 넘치는 아름다운 숲이나 나무를 그리기보다는 너무 울창하여 어느 방향에서도 빛이 들어오지 못하는 그늘에서 그 자체의 생명력과 함께 빛의 반영을 머금은 객관적이며 관조된 풍경을 그린다. 본질과 내면에서 볼 수 있는 심연의 불빛과 바람에 따라 흔들리게 보이는 형태는 많은 색깔 터치의 축적위에 섬세한 톤의 변화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고통의 작업이다. 한 그림이 완성되기에는 꼬박 한 두 달이 걸리므로 작가는 여러 개의 그림을 동시에 그려나간다.

안중경 그림에서 보여주는 “빛의 정점”은 렘브란트가 명암의 완벽한 비율을 통해 내면을 그려나간 것과 인상파가 전면에서 쏟아지는 빛으로 형체를 붙잡으려고 한 것 이후 내면과 외면, 감성과 본질, 사실과 추상, 평면과 공간, 행위와 절제 등 회화의 여러 가지 다층적 표현방식에 대한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측백나무 그림은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한 편으로 추상적이고 또 평면적이면서 동시에 입체적인 다중 시점을 가지며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관념 혹은 사유의 상(象)을 그린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먹과 붓으로 여백과 형상을 그린 동양화의 의미를 기법으로 점층적으로 그려나가는 서양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재료 역시 같은 맥락으로 오일 파스텔을 사용해 뼈대구조를 사실적이며 객관적으로 감정이 빠져나간 것처럼 마르게 그려나가고 그 위에 오일물감으로 터치 해나가며 흐르는 물성으로 신체 행위와 감정을 이입시킨다.  안중경은 측백나무라는 한 가지 자연을 마치 세잔느가 생 빅트와르 산을 그려나갔던 것처럼 시간을 두며 본질을 밝혀나가며 다양한 해석과 함께 표현하고자 한다. 안중경은 푸른색 주조로 냉철한 사유와 행위의 접점인 “그늘의 끝”과 붉은색 주조의 열정과 감성으로 된 “붉게 타는 나무”에서 “빛의 정점”으로 부터 새로운 회화와 삶의 방식 모두를 모색하고 있다. 그의 그림에서는 시공간 모두는 정지되어 있고 단지 나무만 생명을 가지며 빛을 뿜어내며 이정표를 만들며 존재하고 있다. 안중경의 그림은 예술과 예술가는 어느 시대에도 본질이란 빛의 정점을 향해 실천해 나가는 빛의 존재라는 불변적 가치를 인식하게 한다.

 
 

 

 
 

vol.20090604-안중경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