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원 展

 

Chupar! Roman-Chups

세상-들여다보기와 일탈(逸脫)하기

 

전지원_Roman-Chups_장지에 먹,채색_163x130cmx2EA_2008

 

 

동덕아트갤러리

 

2009. 5. 13(수) ▶ 2009. 5. 19(화)

초대일시 : 2009. 5.13(수) 6:00pm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  B1 | 0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전지원_Chupar! Roman-Chups_장지에 먹,채색_163x130cm_2009

 

 

Chupar!  Roman-Chups

세상 - 들여다보기와 일탈(逸脫)하기

 

 전지원

 

팝아트 : 사람들은 흔히 어떤 작품 안에서 자신이나 자신의 일상의 일면을 보면, 그 작품에 대해 공감하고 흥미를 갖는다. 팝아트가 이전의 작품과 달리 대중들이 다가가기 쉽고 친숙한 예술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아마도 팝아트의 대상이 그러한 대중의 시각에 중점을 둔 대상의 표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팝아트의 창시자 리차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1922~ )은 팝아트의 정의를,

“대중적이고, 풍부하며, 빠르게 잊혀지고, 유머러스하고, 섹시하고 젊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작품을 제작하는데 사진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으며, 대중문화를 끊임없이 논쟁의 대상으로 삼았다.1) https://krot.egloos.com, 리차드 해밀턴展 - 백기영

츄파춥스와 달리 : 사탕은 다양하고 현란한 형태와 색깔로 우리의 눈을 유혹하고 그 여러 가지 다양한 달콤한 맛으로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한다. 형형색색의 사탕은 언제나 가판대 위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각자의 구미에 따라 원하는 색, 원하는 맛의 사탕을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다. 사탕하면, 박하사탕, 알사탕, 눈깔사탕, 롤리팝 등 갖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막대사탕 츄파 춥스이다.

 

<그림 >살바도르 달리가 디자인한 츄파춥스 로고

 

 내 그림의 모티프인 막대사탕은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즉 해밀턴의  팝아트의 정의에 맞는 대상이고, 막대사탕은 지금도 끊임없이 생산되며,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흔히 팔리는 대중적인 대상이다.  

 그런데 ‘츄파 춥스’라는 의미는 스페인어로 ‘핥다’라는 뜻의 ‘chupar’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유명한 츄파 춥스의 꽃무늬 로고(그림1)를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디자인했다는 사실은 츄파 춥스와 내 작업의 만남이 운명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살바도르 달리는 내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자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전지원_No me jodas. Roman-Chups_장지에 먹,채색_163x130cm_2009

 

 

츄파 춥스에 나의 자화상 : 어느 때 부터인가 나는 츄파춥스에 자화상을 조합하고 있었다. 나는 사탕의 다양하고 현란한 형태와 색, 맛을 생각하며 나의 다양한 모습을 자화상에 조합시켰다. 그러므로 나의 작업 속에 등장하는 막대사탕 ‘로만춥스’는 ‘사람들이 핥아서 먹으며 즐기기를 요청하는 나’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나 이런 맛이에요! 날 선택해주세요~ ”라고 가판대 위에서 외치고 있는 사탕과 나는 과연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화단이라는 가판대 위에 놓인 내가 ‘제가 좀 먹어줍니다.’라고 외치는 듯이 생각된다. 자기 PR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에 그것은 아마도 가장 맞는 자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츄파 춥스는 다양한 색깔과 맛, 크기 및 현란한 광고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고, 나는 내가 살고있는 세상에서 다양한 색깔과 맛, 크기가 다른 츄파춥스를 ‘좀 먹어주는’ 나의 표정, 안경, 헤어스타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출함으로써 그 사람들과 좀 더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색 안경테와 헤어스타일: 내 그림에서는 나의 얼굴에 쓴 안경의 형태나 색이 다양하다. 내가 안경을 쓰는 것은 안경을 통해 세상을 봄을 의미한다. 유난히 낯가림이 많았던 나는 안경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그들도 편하게 다가오는 듯했다. 나는 ‘나’이면서, 안경뒤에 내가 있기도 하다. 내가 처음 안경을 끼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안경은 시력보정용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었다. 썬글라스라면 몰라도......이제는 세상이 변하면서 안경 역시 패션의 일부가 되었다. 나 자신도 안경을 쓴  내 모습에 자신감도 생기고 안경을 나 자신의 PR의 한 방편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것이 진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 후 나는 사람들과 많이 친해지기 시작했고, 아무나 허물없이 지내기 시작했다.

 

 

전지원_Estoy bien. Roman-Chups_장지에 먹,채색_163x130cm_2009

 

 

헤어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나의 소소한 행복중 하나이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날에는 나는 혼자 흡족해서 “나는 너와 달라”라고 혼자 말하곤 한다. ‘로만춥스’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바가지 머리는 내가 가장 아끼던 헤어스타일이었다. 얼마 전 어떤  여가수가 이 머리를 하고 인기를 끌기 전까지 그 헤어스타일은 길거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제는 유행이 휩쓸고 지나가서 평범한 헤어스타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바가지 머리에 유난히 집착한 이유는 그 중성적인 매력때문이었다. 짧은 것도 아니고 긴 것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 정의하는 여성스러움도, 남성스러움도 아닌 헤어스타일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평범한 스타일이 되어버렸으니 나는 멋진 헤어스타일을 또 찾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업을 하면서 ‘로만춥스’속에서의 여러 가지 모습의 나처럼 계속 변화무쌍한 내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얼굴-먹, 안경-색: 나는 얼굴자체는 먹으로 작업을 하고 안경에는 색을 입힌다. 먹으로 표현된 얼굴도 바가지 머리와 마찬가지로 중성적 이미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성적 이미지의 색은 무채색인데, 이러한 나의 모습에 나는 색색의 안경을 씌운다. 먹 작업으로 표현된 얼굴 위에 다양한 색상의 안경을 씌우는 것은, 내가 세상을 볼 때 얼마나 많고 다양한 시선으로 보고자 하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나를 보는 다른 사람들 또한 나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다양한 색상의 추구는 나의 감정의 자유로움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색 하나하나의 이론적인 의미보다는 시각적으로 순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 때로는 다양한 모양의 사탕무늬를 그려 넣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색 안경테를 씌우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이다.

얼굴은 얼굴 자체의 표정만으로도 한 인간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얼굴은 인간의 모든 부분을 대변하고, 보여 줄 수 있는 훌륭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로만춥스’ 로 만들어진 얼굴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하나의 ‘로만춥스’로 시작한 내 그림의 얼굴은 이제는 하나로, 또는 여러 얼굴이 동시에 하나의 막대사탕을 이루기도 한다. 여러 가지 사탕을 빨면 맛이 다양하게 느껴지듯이, 얼굴이 모이고 모이면, 한 사탕에 모인 나의 여러 가지 표정들의 갖가지 모습은, 하나 하나 또는 뭉쳐 보이면서 나의 다양한 맛이 곧 나의 다양한 내면세계로 연출되리라 생각한다.

 

 

전지원_sweet Roman-Chups_장지에 먹,채색_140x75cmx2EA_2007

 

 

얼굴 속 표정은 나의 솔직한 내면심리의 표현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요소들보다도 얼굴의 표정에 더 의미를 둔다. 다양한 표정이 하나로, 또는 무리로 상대방에게 전달될 때, 나는 상대방에게 다양한 의미의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울한 사람들은 ‘로만춥스’ 속의 우울한 얼굴을 보면서 공감하고, 짜증나는 사람은 찡그린 표정을 보고 공감할 것이며, 또는 밝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같이 기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자기와 공감되는 그것을 선택한 관객과 선택되어진 표정의 ‘로만춥스’ 속의 얼굴은 대화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츄파 춥스로부터의 일탈(逸脫), 또 다른 세계로의 개안(開眼) : 처음 나의 로만춥스 속의  얼굴은 하나의 사탕처럼 매우 정적인 모습, 가만히 기다리면서 나만의 개성 자체를 표출하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작업이 계속되면서 로만춥스의 나는 사각형의 화판 속에서 나와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화면에 갖가지 안경을 쓴 갖가지 얼굴로 가득 차는가 하면, 허공을 떠돌기도 했다. 그 움직임은 답답한 현실에서 발버둥치는 나의 다양한 모습일 것이다. 그리는 순간 로만춥스는 내가 되기도 하고, 타자(他者)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선택되어지기만 기다리지 않고 직접 내가 세상으로 나왔다. 아마도 나를 한 곳에 가두지 않고, 세상에 나아가 더 넓고 광활한 곳으로 떠돌면서 더 앞으로, 더 멀리 나아가려는 나의 마음이 세상을, 산을 떠돌며 세상을 보는 것이다. 세상은 크고 두려웠다. 그러나 내가 허공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가까이에서 본 세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큰 빌딩들이 작아지듯이, 컸던 일이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이지 않던 큰 세계가 보이기도 한다. 그때 나는 세상의 작은 공간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렇게 나에게 컸던 세상이 그대로 두어도 되는 세상같이도 보인다. 내가 로만춥스에서 갖가지 안경으로 나를 표현했듯이, 세상도 세상에서의 세상이 아니라 다양한 또 다른 세상이었다.

어떤 때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치게 되면, 그림 속에 그 답답함을 이겨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려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내 작품 중에 로만춥스가 깨져 피를 흘리는 듯한 그림이 있는데, 모두 밝게 웃거나 혹은 비웃고 있다. 아무리 타인에 의해 상처입고 망가져도 가볍게 웃어버리고, 욕 한번 날려주면 그만이라는 나의 생각의 표현이다. 좁게는 이 화단에서, 더 넓게는 이 세상에서 꾿꾿하게 살아남고자 하는 나의 다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지원_Roman-Chups_장지에 먹,채색_26x18cmx4EA_2008

 

 

 

 
 

전지원 (田 智 媛, Jun Ji-wyoun)

 

2009 동덕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학과 동양화전공 재학중 | 2007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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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090513-전지원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