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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展
'박제의 초상'
박제의 초상_Bird_final2009
세오 갤러리
2009. 3. 12(목) ▶ 2009. 4. 2(목) 서울시 서초구 서초1동 1666-12 | T.02-583-5612
박제의 초상_Carrion crow_final2009
“박제의 초상”-잃어버린 시선 김미진(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 홍익대교수)
타자의 시선에 따라 개입되는 자아의 시선에 관한 작업을 해 오고 있던 이일우는 최근에 박제된 동물의 초상들을 흑백으로 찍은 사진 시리즈들을 보여준다. “박제의 초상”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지고 암벽에 발을 딛고 서있는 매,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양, 기척에 귀를 세우는 다람쥐, 먹이를 발견해 입을 벌리고 있는 악어 등의 박제를 그들만의 자연에서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쳐 바로 발견된 순간과 같은 상황을 재현해 놓은 사진이다. 박제는 동물의 살아있을 때 모습을 영구적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재현기법으로 인류학적, 사회적, 과학적인 학술과 전시를 위한 것에서부터 개인적 소장가치로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제된 동물은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가장 아름답게 살아 있을 때라는 과거와 영원히 보존하는 미래라는 시간성을 한꺼번에 갖고 있다. 이일우의 사진은 박제동물에게 빛을 사용해 생명을 불어 넣어주며 그들의 세계를 엿보게 한다. 지금까지 미술사에서 등장하였던 인물이나 사물이 아닌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박제동물은 화면 중앙에 주인공이 되어 자기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사진은 이미지라는 환영의 상과 영원히 살아있는 실상 그리고 연출된 상황이 겹겹이 얽혀 많은 중층적 의미를 갖고 있다. 박제는 대상의 세계를 영원히 지배하고자하는 사랑과 죽음의 비극적 이중성이 내포되어 있다. 박제하는 자에 의해 대상의 극적인 형태가 결정지어져 하나의 조각품처럼 표상되어진다.
박제의 초상_Crocodile_final2009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일우의 사진 속 동물은 박제가 아닌 살아있는 그들의 시선이 되어 우리를 바라본다. 그동안 예술작품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존재하였던 화면의 주인공들이 우리를 쳐다봄으로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쌍방형의 역동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마음대로 조정하며 생사를 움켜쥐고 있었던 대상(타자)에 대한 우리들(강자)의 시선은 되돌려져 우리가 그들의 세계를 침입한 이방인인 것처럼 느끼게 되는 당혹감으로 휩싸이게 된다.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라고 조물주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인간만이 주인이 되어 그들을 살지 못하게 내몰아갔었고 그들이 없는 세상에 우리들은 얼마나 잘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들게 된다. 이일우의 박제동물의 시선은 한 번도 그들의 입장에서 함께 공존 하지 못한 우리들을 향한 함축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모습을 찾게 한다. 화면의 시선은 나의 시선과 합쳐져 결국 전체로서의 완전한 상태로 소통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며 사랑을 회복시킨다. 박제된 동물은 시간이 정지되어 있으나 그 안에는 가장 아름답게 살아 있을 때라는 과거와 영원성이라는 미래를 한꺼번에 갖고 있다. 사진 역시 순간과 기억, 보존이라는 시간을 담아낸다. 이일우의 사진에는 시간적 요소만이 아니라 조형적 요소로서 입체, 설치, 빛, 회화적 요소, 상황이 모두 계획되어 사진으로 녹아들어간 총체적인 작업이다. 렘브란트가 빛을 찾아 인물의 내면을 그린 것처럼 박제동물은 빛과의 관계에서 털과 껍질, 야성의 일부분을 구체적이며 섬세하게 드러내면서 회화처럼 생명력의 파장을 만들어 낸다. 이일우는 박제에 빛을 주어 생명력을 만들어내듯 사진에 흑백시대의 형식을 취하며 디지털시대의 잃어버린 사진 본래의 정체성에서 출발한 새로운 탐구를 시도한다.
박제의 초상_Goose_final2009
박제의 초상_Gull_final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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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090312-이일우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