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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tascape 展
Dohwa2_125x123cm_Fuji Digital Print_2008
세오 갤러리
2008. 11. 27(목) ▶ 2008. 12. 31(수) Openning : 2008. 11. 27(목) Pm 5:00 서울시 서초구 서초1동 1666-12 꿈을 꾸는 세오빌딩 | T.02-583-5612
Flower8_125x123cm_Fuji Digital Print_2008
위에서 내려다 본 세상, 밑에서 올려다본 세상: Vanitascape 김미진(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 홍익대미술대학원부교수) 주도양의 사진은 유리구슬에 비친 세상을 들여다보는 관점과 땅 속 깊은 둥근 관에서 세상을 올려다보는 관점으로 표현된 작업이다. 회화가 시작된 시기부터 화가들은 2차원 평면에 이미지로서 사실적 재현을 표현하기위해 노력했고 그것은 원근법의 발견과 함께 새로운 시공간의 화면을 실현시켜 주었다. 19세기 말 빛을 따라 현란한 순간을 잡아내는 인상파작가들은 다양한 시각적 표현을 위해 사진의 기초적 렌즈를 통한 시각을 이용하였다. 사진의 태생은 현실을 사실 그대로 포착한 재현의 수단에서부터이다. 20세기 초까지 사진은 기록성과 보존의 가치를 계속 추구하였고 현실을 재현하는 그림에 영향을 미치면서 화가의 보조수단으로 예술로서의 독립된 장르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에 의해 과학과 광학적 기술에 매료된 사진작가들을 예술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보다는 기계와 화학적 재료를 어떻게 정밀하면서 고도의 기술로 다룰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다. 오늘날의 사진은 기계의 발전에 의한 시대적 호응과 예술로서의 독창적 표현기법을 시도하는 작가들에 의해 엄연히 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예술로서 가치를 지닌 장르가 되고 있다. 주도양은 미술과 사진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사진으로 이 시대의 예술을 표현하고자 실험하는 젊은 작가다. 그의 사진은 인간의 신체가 한 방향으로 향하면서 보게 되는 시야가 아니라 360도 회전 하면서 보게 되는 풍경을 보여준다. 이것은 카메라의 둥근 렌즈에 비친 세상이기도 하고 타자의 동공에 비쳐 반영된 세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세상을 향해 보다’라는 일 방향성 주체관점으로 세상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돌리면서 세상 전체를 확인하며 세상이 나를 쳐다보는 전방향성 대상으로서의 관점이다. 주도양의 사진이 검은 배경 안에서 하나의 세상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은 마치 창조주나 지구 궤도를 벗어난 우주인이 보는 검은 우주에서의 지구 모습이다. 그러나 지구는 모든 사물이 한데 모여 있는 총체적인 개념의 전체 풍경이 아니라 부분의 것이며 이 부분은 전체로서의 풍경을 지양하는 시뮬라르크다. 이 풍경은 우리 눈으로는 한 번에 볼 수 없는 것으로 디지털 기계의 힘을 빌려 조합시켜 나온 총체적 소산물이다. 주도양은 인간인 ‘나’라는 관찰자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온 역사와 관점에서 관찰 ‘대상’ 과 ‘대상‘을 뛰어넘은 창조주의 관점을 통해 실제의 '또 다른 시각’도 늘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주도양은 기존의 관찰자와 관찰대상의 관점해체로 새로운 시대 안에서 인간내면의 깊숙한 현상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함께 형식이 철저히 연구되면서 덧입혀지기를 실험하고 있다. 사진은 한 순간을 포착해 찍거나 찍기 위해 오랫동안 그 장면을 기다렸다가 찍을 수가 있고 또 카메라의 노출을 조정하고 시간을 두면서 원하는 장면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주도양의 사진은 한 번에 이런 사진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같은 장소에서 여러 장면을 찍어 원형시점으로 표현한 것이다. 시간에 따라 풍경은 조금씩 변해 같은 장소에서 찍더라도 시공간이 완전히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사진 찍기, 오려내기, 붙이기, 같은 분위기로 만들기 등 디지털 조작에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관찰, 광학적인 기술, 섬세함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작가만의 독창적 표현까지 포함되어야 비로소 이런 예술작품으로서의 사진이 탄생되는 것이다.
Night_67x67cm_Fuji Digital Print_2008
둥근 볼에 갇혀있거나, 반영된 풍경
주도양의 사진 도원(Dowon)와 도화(Dohwa), 그리고 꽃(Flower)시리즈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주변 풍경의 부분들을 조합한 화면이다. 도원과 도화시리즈에서 보여준 벚꽃이 만발한 지구는 아름답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봄에 자연공간이 아니더라도 도시의 정원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벚꽃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연 전체를 느낄 수 있다. 비록 아파트 앞마당에 몇 그루 피어있는 작은 부분이지만 그 것에 몰입하게 되면 다른 세계를 맛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유토피아다. 도화나 도원이란 제목에서 보듯 작가는 무릉도원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대부분 도시에 사는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보는 세계만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Park4_125x123cm_Fuji Digital Print_2008
데카르트의 <제1철학에 관한 성찰>에서 “꿈속에서 당신은 자신이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당신은 깊은 잠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녀 나비인지 장자인지 모르는 호접몽과도 같다. 우리주변을 이루고 있는 도시, 빌딩, 땅, 공기, 꽃 등 모든 외부적인 것은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고안된 꿈일 수가 있다. 또 우리는 그 세계 중 무엇을 보느냐에 대해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주도양의 사진은 환상적인 혹은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조작된 것 같지만 사실은 실재다. 그는 조작된 이미지라는 것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둥근 유리구슬에 갇혀 있거나 둥근 유리 볼에 반영된 영상과 화면 같은 테크닉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데이빗 호크니가 저술한 [명화의 비밀] 에서 15세기 초 앵그르, 뒤러, 벨라스케스 등 화가들이 회화의 사실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거울과 광학적인 기계를 이용했고 그 역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 원근법을 해체한 포토 콜라주를 사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재의 사실성이 전부였던 시대의 뒤러의 수채화, 홀바인의 [대사들] 에 나오는 왜곡되고 일그러진 해골형상,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에 등장하는 볼록거울처럼 보이지 않은 이면을 탐구해 세상을 그려내고자 하는 화가들의 위트도 발견하게 된다. 호크니는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나 거울로부터 투영된 이미지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전자는 신체를 필요로 하며,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나 투영은 거울 속의 수학적 지점, 아무도 보지 못하는 세계라고 한다. 주도양은 이 두 가지 관점뿐만 아니라 곤충과 같은 다른 피사체가 보는 시점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Wishes3_67x67cm_Fuji Digital Print_2008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보면 도시를 말에 비유하면서 신이 그에게 말파리와 같은 존재가 되어 하루 종일 멈추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옮겨 다니며 그들을 찔러 행동하게 하고 도시전체를 진실에 눈뜨게 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나’라는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조정해야 된다는 오만과 교만이라는 욕망의 역사가 진행되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매우 암울하며 파멸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늘 순간-지나간 기억을 찍는 시간을 다루고 있다. 앙리 베르그송이 “우리들 기억은 사진으로만 재현된다.”고 한 것처럼 사진은 기억-이미지라고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주도양의 사진은 순간을 연속으로 이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시점으로 표현하여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초월적 시공간을 보여준다. 마치 어린왕자가 방문한 별이나 천사가 내려다본 지구, 개미가 올려다 본 풍경이며 어릴 적 만화경을 통해 본 기억의 풍경을 보는 듯하다. 눈을 대변한 사진의 일방적인 시각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주도양의 확장된 시공간의 실재를 재현한 사진이 환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로 조작된 세계는 우리를 더욱 함정에 빠뜨린다. 주도양의 바니타스-스케이프 사진은 역사와 인식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실재와 가상, 신체와 정신, 기계와 신체, 대상과 주체간의 관계를 열려있는 눈으로 바라보며 세상의 실체를 알게 한다.
Sun Flower1_125x123cm_Fuji Digital Print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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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081127-Vanitascape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