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빈 展

 

임용빈_53.0x45.5cm_Oil On Canvas

 

 

보령문화예술회관

 

2008. 11. 25(화) ▶ 2008. 12. 1(월)

오프닝 : 2008.11. 25(화) 오후 3:00

충남 보령시 명천동 269-4 한국예총보령지부 | 041-936-5869

 

 

임용빈_53.0x45.5cm_Oil On Canvas

 

 

마음에 비친 세상 풍경

 

- 임용빈의 작품 세계 -

 

전영하 | 철학박사, 미학전공

 

  누군가의 작품을 평론(評論)한다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특히 지인(知人)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평론이란 적어도 평론의 대상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드러내는 것을 우선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것이기에, 지인을 평론한다는 것은 때때로 정(情)에 치우칠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논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작가 임용빈은 나와 친한 지인의 후배이며, 나 또한 평소 좋게 생각하던 작가다. 막상 평론의 청(請)을 수락하긴 했지만 두려움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제대로 된 평론을 통하여 그를 조명해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나를 엄습하기 때문이다.

  작가 임용빈에 관한 올바른 평론을 위해서 나는 지인과 함께 그의 화실을 찾았다. 미리 방문을 약속하고 찾아간다면 그의 작업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불시에 방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화실은 보령시 청라면 성주산 자락,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화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유화의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작가 임용빈의 그동안의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한 눈에 들어왔고,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나는 단도직입으로 그에게 본 전시회의 주제는 무엇이며, 무엇이 작품을 통하여 표출되기를 원하는지,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며, 작품 창작을 위해 어떠한 소재를 주로 채용하는지 등을 물었다.

  작가 임용빈은 평소의 태도와는 달리 조금은 위축되어 보였지만, 그래도 자신의 작품세계에 관한 본의(本意)를 하나하나 차분하게 털어 놓았다. 나는 그와의 대화 속에서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가 어떠한 마음을 갖고 예술작품을 창작하며, 무엇이 그의 작품을 통해 표출되길 진정으로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임용빈_.72.7x60.6cm_Oil On Canvas

 

 

 작가 임용빈은 담박하면서도 솔직한 예술가다. 왜냐하면 그는 적어도 남의 그림을 흉내 내거나, 시류(時流)를 따라 유행을 쫒는 그런 예술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의 곳곳에서 느껴지는 색감과 구도, 그리고 다양한 소재들은 그것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쉽게 맞닿는 대상들, 즉 꽃이나 나무, 인물 등을 주로 그의 화폭의 소재로 삼고 있으나, 그런 평범한 소재조차 그의 화폭 안에서는 하나의 새로운 생명력을 지닌 대상으로  창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채로운 채색들은 그의 마음의 심리적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예술 활동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잠시 소풍가듯이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이 세상 다녀간다던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설레이고 부푼 마음으로 나의 눈에 비쳐진 풍광들을 봄날 햇살처럼 나른하고 따스하게 발산하는 향기 그대로의 선율로, 나는 사각의 평면 위에 단지 그 모습을 서로 다른 색으로, 퍼즐을 맞추듯 조각조각 맞춰나갈 뿐이다. 그림 속에서의 색이란 빛과 사물의 끊임없는 대화, 시(詩)를 쓰듯이 하얀 캔버스 안에서의 모든 색들은 한 단어 한 단어가 되어 문장을 이끌어 간다. 일상적이고 때론 몽환적인 나의 풍경은 고착되어진 현실만을 담으려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풍경도 한 화면 안에 배치하여 형상은 다르지만 같은 느낌이 되도록 색감을 변화시켜 현실을 벗어난 세상도 표현해 보고자 하였다. 즉 나는 나의 주변에 있는 대상들을 주로 그린다. 그러나 보는 것은 단지 눈을 통하여 보지만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내 마음이 밖의 대상들을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임용빈_72.7x60.6cm_Oil On Canvas

 

 

  참으로 의미심장한 작가의 변이다. 마치 청대(淸代)의 서화가(書畵家), 정섭(鄭燮)의 대나무를 그리는 과정을 연상케 한다. 정섭은 자신의 대나무를 그리는 과정을 ‘안중지죽(眼中之竹)’, ‘흉중지죽(胸中之竹)’, ‘수중지죽(手中之竹)’ 세 단계로 설명한 바 있다. 즉 그는 눈에 비쳐진 대상의 실체로부터 자신의 마음속에서 구성되어진 형상을 예술의 형식을 빌려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작가 임용빈은 자신의 심상(心象)의 이미지를 화폭 안에 구체화시키면서 그 심상조차 그때그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시간의 선상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계속적으로 진행되어 나가듯 그의 작품들은 하나의 고착된 심상의 표현들이 아니라 계속된 유기적 활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 임용빈은 예술작품을 살아 숨쉬는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있다. 이러한 그의 미적 사고는 “작품은 하나의 유기체로 자기충족적이고 자율적이며,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이다”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미론(美論)을 충족시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임용빈_90.9x65.2cm_Oil On Canvas

 

 

 작가 임용빈은 오랜 시간 각고의 경험을 통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틈나는 대로 그려본 것이라고 보여준 그의 메모장은 마치 하나의 문인화 첩(帖)을 보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시와 그림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본 전시회에서 전시되는 작품들 역시 노력의 흔적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하나의 영감을 떠오르게 하기 위하여 수없는 시행착오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플라톤(Plato)은 영감을 단순한 무의식의 산물이 아니라, 축적된 의식의 산물로 보았다. 끝없는 경험과 축적된 지식의 습득이 결국 하나의 영감을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작가 임용빈의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될까하여 한 가지 미학적 이론을 덧붙여 보고자 한다. 대다수의 예술가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그려진 심상을 화폭 안에 담아내는 것만이 최고의 예술이며, 예술의 본성(本性)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어떤 예술가들은 작품을 창작함에 있어서 자기 자신만의 독단적 생각을 드러내는 것만이 작가의 진정한 사명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작가 자신의 개인적 의지가 지나치게 강조된다면 심도있는 예술을 지향하는데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위대한 예술작품들은 작가 자신의 개인적 무의식(das personliche Unbewuß te)을 드러내기 보다는, 오히려 융(C. G. Jung)이 말한 바 있는 집단적 무의식(das kollektive Unbewuß te)을 표현하고 있다. 시공(時空)을 초월한 집단적 무의식을 표현한 작품이야말로 보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무한한 생명력으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내가 본 임용빈은 완숙된 예술형식으로 캔버스 안에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작가다. 부디 작가 임용빈이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보다는 집단적 무의식의 내용을 그의 화폭에 담아내어 더욱 진일보하는 작가가 되길 바란다.      

 

 

임용빈_116.7x80.3cm_Oil On Canvas

 

 

임용빈162.1x130.3cm_Oil On Canvas

 

 
 

임용빈

초대개인전(2008, 보령문화예술회관) | 보령 미술협회전(2007,보령문화예술회관)

꾸미피어∥(2007,대전 에스닷갤러리) | 깃발 미술제(2006,당진) | 제 3회 한.중 미술교류 페스티벌(2006. 조치원읍 청사) | 회화의 발언전(2006,대전 오원화랑) | 제6회 대전,충청 청년미술제(2006,대전 시청갤러리1층 전시실) | 충남 청년미술제 울림전(2006,당진 문예의 전당)

보령 미술협회전(2005,보령문화예술회관) | 봄,울림전(2005,대천문화원) | 보령미협전(2004,보령문화예술회관) | 보령 향토작가 초대전(2004,보령문화예술회관) | 남부현대미술제(2004,부산시청1,2전시실) | 서부전업미술가회 창립전(2003,보령문화예술회관) | 충남 청년미술제(2003,보령문화예술회관) | 한국미협 보령지부전(2003,보령문화예술회관)

서울 인사동 미술축제(2003,모란 갤러리) | 드로잉전(2003,대천 문화원) | 한국미협 충남지회전(2002,보령문화예술회관) | 드로잉전(2002,대천문화원) | 4인전(선율전)(2001,보령예총전시실)

목원대학교 회화과 졸업(1996)

한국미협회원, 선율회원, 공기해열

메일 : pierim@hanmail.net

 
 

vol. 20081125-임용빈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