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현 사진展

 

- 령(靈) -

백송나무

 

 

갤러리 나우

 

2008. 9. 24(수) ▶ 2008. 9. 30(화)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 02-725-2930

 

www.gallery-now.com

 

 

반룡송

 

 

령(靈)을 찾아 나선 영원한 방랑자

 

류경선 |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백상현은 성깔 있고 색깔이 뚜렷한 사람이다. “의에 죽고 참에 산다”라고나 할까... 분명한 것은, 그에게 있어 성깔이란 소나무를 닮은 절개(節槪)이며, 색깔이란 소나무를 닮은 푸르름이라는 것이다. 어느 날 그가 소나무를 소재로 사진전을 하겠다며 포트폴리오를 펼치기에 염려가 퍼뜩 앞서 “그렇다면 배병우의 소나무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라 했더니 그는 자신만만하게 “다르다”라고 말해 그만 그 배짱에 놀라고 말았다. 내가 본 배병우의 소나무는 빛과 그 뒤 빛이 닿지 않는 대상이 독특한 형태의 깊은 실루엣을 이루어 만들어내는 한 폭의 수묵화였다. 배병우는 그러한 수사법을 통해 새벽녘 안개에 젖은 노송의 그림자라든지 굽어 뻗어 오른 전도와 반복, 어둑어둑해 불명료한 대기감을 묘사해냈다. 이에 비해 백상현의 소나무는 단지 그냥 나무가 아닌, 전설 속에 천년을 살아온 애절한 뒤틀림으로 구천을 헤매는 생령(生靈)의 그림자이다. 그의 관심의 대상은 영(靈)과 더불어 혼(魂)을 불러 찍어내는 다큐멘트이다. 하지만 배병우나 백상현이 무슨 거창한 이념이나 대단스런 애국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모두 작가적 성찰과 사색을 통해 소나무의 그림자에서 우리 조상의 한(恨)과 얼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연리목소나무

 

 

백상현은 마치 소나무를 찍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소나무만 보면 흥분한다.아마도 전생에 소나무와 무슨 끈끈한 인연이 있었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나무를 찍으러 그토록 미친 듯이 전국을 누비고 다닐 수 있기나 하겠는가. 아니면, 혹시 반대로, 오히려 소나무가 그를 붙잡아 들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소나무에 관한 한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은 초자연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어둑어둑한 어두움 속에서 영적인 것을 읽어내는 힘을 가지고 영의 세계와 교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스스로 “나는 애니미즘(Animism)을 숭배하는 신봉자다”라며, 소나무야말로 인간의 마음이 하늘로 오르는 소통로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그는 또한 사진가이기 이전에 한 집안을 사랑하며 지켜온 자상한 남편이요, 아비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경기도 이천에 수령 500년이 넘는 용송(龍松)을 찍은 사진이 있는데, 이 나무는 승려 도선이 난세를 구하기 위해 심었다는 것으로 일명 만년송이라고도 한다. 그는 이 만년송을 찍기에 무엇보다 앞서 부인과 자식의 사랑과 안녕을 위해 합장하여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러한 백상현이기에 나는 그가 더욱 믿음직스럽다. 그는 숙명적으로 역마살을 타고 난 영원한 방랑자다.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그는 작업 노트에 “소나무!” “그 신비로움을 담기 위해 오늘도 나는 길을 떠난다.”라고 쓸 만큼, 그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그 역마살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백상현은 사진에 작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는다. 그가 고집스레 메고 다니는 육육판 카메라도 그렇고, 흑백을 고집하는 이유도 결국 그런 그의 고집스러움에 기인한다. 그의 고집 속에는 고뇌와 정념(精念)이 배어 있다.그는 스스로를 고집스런 사진장이로 밝히는데, 이 고집은 소나무에서 찾은 것이다. 그가 소나무로부터 조상의 혼을 모아 간직하고 있듯이, 그 고집 역시 소나무에서 찾아 자신의 작업 정신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의 작업은 무엇을 미적으로 형상화하려는 허구가 아니다. 그때 그 자리에 존재한 것을 그것 나름대로 발견한 것이다. 즉 소나무속에 비추어진 생의 모습을 그대로를 작품 속에 담아 넣고 있는 것이다. 여기 현시된 백상현의 작품들은 모두, 생기(生起)하고 있는 실존의 모습을 그때마다 고뇌하며 찾고 있는 흔적이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힘찬 소나무의 모습 속에서 그 고뇌의 흔적을, 그리고 힘의 원천 그 자체를 항상 또다시 발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충절소나무

 

 

령(靈) Souls   

 

백상현

 

우연히 소나무를 촬영하다 소원을 빈다.

다음 날부터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다.

너무나 신기할 정도로 정교하게 맞는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책을 찾아보고

자료를 뒤적인다. 

우리 선조들은 왜 소나무를 령(靈)적인 존재로 생각했을까? 

옛 부터 소나무는 관솔불로 어둠을 밝힌 서민 생활의 도구이자,

절개를 중시하는 사대부의 예술적 소재였다.  

연리목(連理木)이나 뒤에서 포옹(抱擁)하는 장면 등은 천년사랑을 상징할 만하고.

독야청청(獨也靑靑 ) 푸르름을 잃지 않는 것은 절개를 굳세게

지키고 있음을 비유 한다 

또한 오래될수록 껍질의 모양이 성스러운 존재인 용의 비늘이나 거북등껍질의 모양을 닮아가고, 긴 세월동안 마을의 온갖 애환과 과거의 역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선조들은 두려움과 경외감을 가졌을 것이다

얼마 전 화마에 쓰러진 숭례문 복원에 사용될 소나무를 자르기 전에 위령제를 지냈던 의미는 오만한 인간이 자숙하여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나무에 영혼이 깃들여져 있음을 몸소 체험한 순간, 사진가로 살아온 나의 삶 속에 또 하나의 오브제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소나무 사진이다.

소나무!

그 신비로움을 담기 위해 오늘도 나는 길을 떠난다.

 

작가 노트 중에서

 

 

흥덕왕릉

 

 

 
 

 

 
 

vol. 20080924-백상현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