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독일 사진작가 2인展
- 에라스무스 & 안세권 -
안세권_뉴타운 풍경, 서울 월곡동_2005
UNC gallery
2008. 9. 17(수) ▶ 2008. 10. 8(수) 오프닝 : 2008 . 9. 17 (수) pm 6 : 00 서울 종로구 사간동 126-1 | 02-733-2798
안세권서울_뉴타운 풍경[1].서울 월곡동_2007
Focus on Exhibition
한국과 독일의 대표 사진작가 2인전
2008년 한국과 독일, 지구의 다른 지점을 살아온 2인의 사진작가가 만난다. 독일의 에라스무스와 한국의 안세권. 이들은 각각의 역사와 사회 속에서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대상들과 잃어버린 공간들을 향해 끊임없이 셔터를 누른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전혀 다른 시공간을 살아 온 이들에게서 상실된 것을 잡고자 하는 공통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비록 속도와 과정은 다를지언정 분단의 상황과 근대화의 과정을 경험한 공통의 역사적 감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이들의 작품에는 한국과 독일, 각각의 역사와 정치,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자극이 있다. 이들의 작품을 보면, 역시 예술은 삶과 시대의 동반자이며, 역사, 사회, 정치야말로 예술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일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2008년, 지난 과거의 시대를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에게 그것을 잃지 않고 잡고 있는 두 작가의 만남을 접하는 것은 시대의 아픔이기도 하지만 기쁨이기도 하다.
안세권_청계Scape_2004
시대의 아픔을 향하는 두 시선 두 작가는 작품 속에서 각각의 역사가 지닌 상처를 노출한다. 동독 출신의 예술가인 에라스무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벙커들은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때 건설되었던 것으로, 자만으로 가득차 세상을 정복하려 했던 인간의 집단적 욕망이 최고조에 달한 전쟁의 상징이다. 당시에는 위엄있고 영웅적인 모습이었지만 이제 부서지고 부식되어 쓰러져가는 퇴물이 된 것이다. 안세권은 몇 해 전 진행된 청계천 복개공사 현장과 월곡동 뉴타운 건설현장을 담는다. 이들 장소에서 진행된 건설개발은 삶의 기억을 철저하게 지워버린 한국 근대화의 표상인 셈이다. 이 현장들은 한때 근대적 이상향에 경도된 인간의 잔인한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이제 더 이상 누구도 원하지 않으며 누구의 이상향도 아닌 곳이다. 시대의 아픔이 배어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바로 그곳에 빛을 머금은 두 시선이 향해 있다.
에라스무스_Bunker WB V
현실과 초현실의 공존하는 공간 두 작가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건설된 인공물들이 새로운 이상에 따라 형성과 몰락을 반복하며 그 장소가 가진 경험과 기억이 상실되거나 다른 무언가에 대체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히 시대의 아픈 현실을 기록한다기보다, 이러한 현실을 초월한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이러한 이상향에 대한 초현실적 지향은 빛에 의해 극대화된다. 에라스무스는 퇴물이 된 벙커에 인공의 빛을 주어 장엄한 화면을 연출하고, 안세권은 공사현장에서 발산되는 자연스러운 빛을 통해 삶의 꿈틀거림에 대한 관조로 개발현장을 연출한다. 그들의 시선은 현실을 향하고 있지만, 작품 속에서 현실은 초현실과 교차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실재를 좇지만 결국엔 실재의 자국인 것처럼, 우리는 사진에서 투영된 현실에 집중하려 하지만 자국을 통해 우리는 실제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초현실의 시공간을 만나게 된다. 에라스무스의 벙커, 안세권의 청계천 사라지고 상실된 공간과 버려진 대상을 통해 각각의 역사에 스며든 인간 욕망의 현실과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의 이상성이 함께 구현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비현실의 공존을 가능케 한 에라스무스와 안세권의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동시에 초현실적인 것이다.
에라스무스_Bunker45
에라스무스_Bunker60
|
|||
|
|||
vol. 20080917-한국/독일 사진작가 2인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