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호의 黑과 白 展

 

무제_25x27x27cm_마천석_2008

 

 

청담동 샘터화랑

 

2008. 9. 5(금) ▶ 2008. 9. 30(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0-21 주경 빌딩 4F | 02-514-5122

 

 

무제_60x28x40cm_익산대리석_2008

 

 

유종호의 黑과 白 展이 9월 5일에서 30일까지 청담동 샘터화랑에서 열린다. 유종호는 전통 구상조각이 점점 취약해져 가고 있는 요즘, 돌이나 브론즈를 가지고 끊임없이 인체조각에 천착하는 작가이다. 지금까지 그의 대표적인 조각들은 화강암을 이용해 한국적인 정서를 잘 보여주어 박수근 그림에 나오는 인물들을 형상화한 것 같다거나, 경주 배리삼존불상 같은 우리나라의 정겨운 고대 불상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지금은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작업의 범위를 넓혀놓은 상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시도들 중 하나로 돌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부유하는 듯한 몽환적인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어쨌든 그가 다양한 시도들 속에서도 놓치지 않는 것은 돌 본연의 자연스러움이다. 

의도된 자연스러움

그는 스케치나 에스키스를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미리 정해진 틀을 가지고 각각의 돌이 가지고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큰 틀은 정해 놓고 작업을 시작하되 최종적인 결과는 작가 자신도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작업하기 전에 돌을 몇 달 씩 심지어 몇 년 씩 응시하고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돌의 성질과 모양을 파악한 뒤 조각을 해 나간다. 반듯한 돌도 쓰지만 다양한 종류의 돌을 쓰다 보니 팔 한쪽이 이상한 것도 나오고, 모양을 잡기 위해 고심할 때가 많다. 그래서 돌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돌 또한 자신이 영원히 돌이기를 바라지. 그것도 수세기 동안 가루로 변해버릴 때까지 말이야."

- 보르헤스 "죽은 자들의 대화" 中 -  

 

 

무제_31x24x96cm_마천석_2008

 

 

 

작가가 평소 자주 뒤적인다는 보르헤스 소설의 한 구절처럼 그는 돌 자체를 인정하고, 나아가 그것에 존재감을 부여하고자 한다. 그래서 원석에서 많이 깎아내지 않고 돌 자체의 생명력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대체적으로 조각의 받침대도 만들지 않는 것은 조각들이 작품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이다. 그는 조각의 자세나 표정, 질감에서도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살린다. 서구 조각의 이상적인 포즈는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레 깎아내려간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대하면 예술작품 앞에 설 때 살짝 느껴지는 긴장감보다는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표면의 질감도 완벽하게 매끄럽게 만들지 않는다. 이런 두루뭉술한 선이나 돌 맛이 느껴지는 질감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석상들에서 볼 수 있는 정겹고 편안한 그것과 닮아 있다.

 

몽 환

이번 작업에서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대비되는 익산 대리석, 마천석 등을 이용하여 부유하는 듯한 몽환적인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다. 돌이지만 부유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부 작품에서는 보통의 입상들이 추구하는 안정감을 버렸다. 약간은 불안정해보이기도 하고 약간은 불편해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작가가 의도했던 부유하는 모습이다. 작품들의 표정 또한 꿈꾸는 듯, 잠자는 듯, 무언가에 푹 빠진 듯하다. 작가는 너무나 정형화되어 버린 세계에 꿈과 환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뭉글뭉글 살이 올라있는 신체와 몽롱한 표정에서 언뜻 바로크 시대 베르니니의 성녀 테레사 조각상에서 느껴졌던 엑스타시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 돌조각들은 지금도

꿈속을 노닐고 있다...

 

 

무제_21x21x105cm_마천석_2008

 

 

무제_12x12x42cm_마천석_2008

 
 

 

 
 

vol. 20080905-유종호의 黑과 白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