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욱 개인展

 

- Black Gravity -

 

Mutated Ornamentation_핫 멜트 글루, 나무 패널_91.4×91.4×7.6cm_2007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2008. 8. 27(수) ▶ 2008. 9. 17(수)

오프닝 : 2008. 8.27(수) 5:00pm

서울 종로구 원서동 157-1 | 02-766-5000

 

www.artspaceh.com

 

 

Mutated Ornamentation_핫 멜트 글루, 나무 패널_91.4×91.4×7.6cm_2007

 

 

검은 중력 그리고 그 낯선 공식

 

이대형

 

길모퉁이 담벼락의 냄새나는 오줌자국, 모래 위에 남겨진 발자국,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의 비행,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이미지가 하나의 장식적인 조형으로 인식되는 시간을 재보았다. 3.5초. 이 짧은 찰나 속에서 욕구의 분출과 에너지의 증발, 발의 보폭과 성별, 생존을 위한 몸짓과 전략, 바람의 속도와 방향이 뇌리 속에 도식화 되고 추상화 된다. 본능에 가깝다. 세상에 순서를 정하고 숨겨진 수학적 규칙을 발견하는 생존본능이다. 장식이란 이렇듯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는 그러나 시대와 장소에 따라 드러내는 모습을 달리하는 에너지이다. 심승욱의 『검은 중력 (Black Gravity)』시리즈 역시 이 본능과 에너지의 흐름이 있어 시작되었다.

심승욱은 검은색 실리콘이 덩쿨 식물처럼 휘감기며 만들어 낸 기괴한 형상을 이용해 평면을 덮어 버리거나 공간에 낯선 덩어리를 던져 놓는다. 부분을 개별적으로 보면 넝쿨 식물이나, 인체의 특정 부위를 연상시키지만, 그들의 반복이 만들어 내는 전체는 생경한 풍경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을 장식적 파편들이 얽히고 뒤섞여 전혀 새로운 형상으로 진화를 거듭한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인지 동물인지. 그 얽힘의 복잡함이 낯설음의 원인이며 새로움의 동인이 된다. 보편화된 상징체계의 경계를 넘어서 버린 진화이다.

 

 

Black Gravity_92×61×10cm_핫 멜트 글루, 캔버스_2008

 

 

심승욱의 작품은 구상보다는 추상을 향해있다. 실리콘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질감과 반복적인 조밀한 장식이 눈에 띈다. 그러나 심승욱의 의도는 반복을 피하는 것이다. 비록 검은색 단색을 반복적으로 쓰고 있지만 심승욱의 장식구조는 반복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수학공식과도 같다. 평면을 이루되 그 높이와 깊이가 달라야 하고 왼쪽 오른쪽, 위, 아래 그 방향 역시 달라야 한다. 정확한 반복을 위한 집착이 지극히 무의식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면, 반복을 피하는 작업은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하는 지극히 의식적인 행위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복잡한 구조 속에서 추상적인 간결함을 잃지 않는다.

심승욱은 검은색이 힘이 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색을 압도하고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한 기세가 때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동시에 빛이 아닌 그림자처럼 앞에 드러내 놓기보다는 뒤로 후퇴해 배경이 되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겸손함도 가졌다. 검정은 화려한 형상 대신 무게를 먼저 가지고 태어난 색이다. 이런 검은색의 속성은 고스란히 심승욱의 검은 중력 시리즈에서 빛을 발하며, 복잡한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시킨다. 스스로 형상을 취하고자 발광하지 않기에 장식화된 표면이 아닌 그 아래에 놓여 있는 구조를 바라 볼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를 준다. 심승욱이 만들어 내는 검은 중력과 그 장식적 구조가 눈을 현혹하는 유혹이 아닌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읽어 낼 수 있는 3.5초의 시간 말이다. 이런 이유로 심승욱은 검은색을 좋아한다. [출처] 심승욱展|작성자 sima4747

 

 

Black Gravity_92×61×10cm_핫 멜트 글루, 캔버스_2008

 

 

Black Gravity_195.5×205.7×48.2cm_핫 멜트 글루, 스틸 프레임_2008

 

 

Black Gravity_195.5×205.7×48.2cm_핫 멜트 글루, 스틸 프레임_2008_부분

 
 

 

 
 

vol. 20080827-심승욱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