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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MAR POLK 기획展
1미터는 얼만큼 깁니까?_과슈_100×70cm_1996
대전시립미술관
2008. 8. 22(금) ▶ 2008. 10. 19(일) 오프닝 : 2008. 8. 22(금) 4:00pm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99(만년동396) |042_602_3200
dmma.metro.daejeon.kr
통계상으로 볼 때 독일인은 1인당 10,000가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_과슈_70×100cm_1996
Tables of Elements 그림 원소표 재료를 섞고 변형시키고 실험하는 데에 몰두한다는 점에서 미술가는 화학자와 닮은꼴이다. 특히 새로운 재료와 제작 방식을 선보여 온 폴케의 경우, 많은 미술 비평가들이 그를 ‘현대의 연금술사’로, 가변적이고 민감한 그의 화면을 ‘마술적인 장소’라고 부른다. 평범한 금속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금 등의 귀금속으로 변화하는 곳이 연금술의 실험장이듯, 점과 선, 색채얼룩이라는 간단한 그림의 원소들이 중첩되어 더 이상 범상치 않은 작품이 되는 곳이 폴케의 화면이다. 「어처구니없이 단순한 단어들을 표현한다는 것! 예컨대 "언제나" 혹은 "결코" 혹은 "유감스럽게도" 혹은 "아!" 처럼」이라는 작품 제목은, 단순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위대한 세계문학처럼 자신의 작품도 그러하다는, 익살스런 자랑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화면의 망점과 혼효색(混淆色)도 폴케의 화면을 변화의 장으로 만드는 요소이다. 진주 빛 광채가 나면서 여러 가지 색깔로 변하는, 이른바 혼효색을 쓴 그림들은 빛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따라서 감상을 위한 고정된 최적의 위치란 존재하지 않고, 관람객들은 그림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머물게 된다. 편재하는 망점들도 관람자가 끊임없이 위치를 옮겨가면서 작품을 보도록 유도한다. 눈을 크게 떴다 가늘게 떴다만 해도 그림의 원경과 근경, 부분과 전체가 달라 보인다. 이를 통해 작가는 명확한 구분가능성이나 직선적인 서열화에 대한 기존의 생각들을 수정할 것을 권유하는 듯하다.
어처구니없이 단순한 단어들을 표현한다는 것! 예컨대 "언제나" 혹은 "결코" 혹은 "유감스럽게도" 혹은 "아!" 처럼_과슈_100×70cm_1996
Floating 공중에서 부유하다 폴케의 화면은 풍부하게 번진 색과 그 위에 겹쳐지는 또 다른 색면, 이들과 중첩되거나 때로는 먹어드는 이미지들이 맞물려 있어서, 마치 여러 겹의 층 위로 이미지들이 둥실둥실 떠있는 듯 보이곤 한다. 배경에 넉넉하게 번지는 넓은 색 층은 이미지들의 윤곽에 영향을 주고, 이미지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방해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려진 작품들에서 한 이미지는 색면이나 다른 이미지와 경쟁하며 서로 교차해서 떠오르기 때문에 관람자들이 쉽게 알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복층적인 시각경험을 통해서 관람객들은 서로 충돌하는 듯한 이미지들을 연결시키며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게 된다. 구체적인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화면에서도 폴케 화면 특유의 층들은 뚜렷이 감지된다. 이러한 그림들은 이른바 회화의 순수성, 또는 색채 그 자체의 효과를 내기위해 그려졌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강렬한 노랑과 녹색의 결합에서 ‘황홀한 봄기운’의 약동을 느끼고 황금빛 도는 푸른색의 거품 흔적에서 고색창연한 건축을 떠올리는 편이, 단순히 장식적 요소로서가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하나의 매체로서 색채를 사용하는 폴케의 작업 방식에 더 가까울 것이다.
특히 고귀하게 여겨지는 여인네들. 그들의 향기는 불과 몇 센티미터 내에서만 풍기고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만 겨우 느낄 수 있다._과슈_100×70cm_1996
Passers-By 행인들 폴케의 그림에서는 잠시 레이저 영상 화면에 기록된 현상들처럼 인간의 실재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 여행객으로서, 작은 점들로 이루어진 존재로서, 열지어선 추상적 인간군의 형태나 익명의 행인들의 행태를 만들면서 이들 인간군의 개성은 망판에 여과되어 사라졌다. 이러한 행인들은 감시망루 아래에서 어디론가 도피 중인 도망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시망루는 나치 치하의 독일 역사의 상징물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넓은 장소에서 효율적으로 감시하는 권력체제의 수단인 파놉티콘을 상기시키는 모티프이기도 하다. 폴케의 작품에서 이러한 장면들은 피처럼 붉은 선으로 젖어 있거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정신적 테러의 표현인 회색 가시덩굴이 등장하기도 한다. 혹은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 안쪽으로 도망자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작가는 색채와 분위기의 암시를 통하여 현대인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일망 감시 체제하에서 벗어날 수 없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대사회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The Spotted Zebra 점으로 뒤덮인 얼룩무늬 구름 같기도 하고 대포연기 같기도 한 울긋불긋한 얼룩을 배경으로 뮌히하우젠 남작(일명 허풍선이 남작)이 망점으로 그려져 있는 작품 <양탄자 밑에 신문지를 깔면, 너무 짜게되어 망친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된다>에는, 폴케 작품 특유의 얼룩화법과 망점화법이 잘 드러나 있다. 화면 위의 물감 얼룩은 제작 당시 물감이 천천히 흐르고 고여서 마르기까지 걸렸던 시간을 관람자가 간접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시간 감각은 몇분 몇초와 같이 숫자로 표기되는 그런 종류의 시간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흐르고 얼룩진 형태 또한 인공적이지 않고, 포도나무 줄기의 덩굴같은 식물의 모양과 유사하다. 얼룩화법에서 관람자는 예술가의 손보다는 질료 자체, 그리고 중력이라는 자연법칙을 보게 된다. 한편, 폴케의 망점은 예술가의 손과 시간의 집적물이다. 기계적인 복제 기술에 관심을 표명했던, 미국 팝아트의 대표적인 작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속 망점이 매끄러운 원을 이루는 것과 대조적으로, 폴케 그림의 망점은 그 형태가 불규칙하다. 어느 한쪽이 들어가 보이거나 심지어 반쪽짜리로 그려지기도 하는 폴케의 망점은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것이다. 시간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하는 오늘날, 혹자는 폴케의 이러한 수작업을 “낭비의 예술”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유희적이고 헌신적으로 수공작업을 해내는 손의 흔적에는 기계적인 망점과는 다른 인간적인 온기가 들어있다.
숯을 한 덩이 집어넣으면 꽃병의 물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_과슈_70×100cm_1996
Fantasy in us 우리시대의 환상 폴케는 대중 매체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작가다. 미완성처럼 그려진 인물들, 일상 가정사, 여가활동 중인 사람들은 그 선적인 형태로 인해 어린이들의 낙서나 신문만화를 상기시키고, 광고용 젊은 여성 이미지는 영화 포스터나 잡지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똑같이 옮겨 놓은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객관적으로 그려진 듯하지만, 작가의 날카로운 비평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하며 철의 장벽 양쪽에서의 경제 불황을 모두 경험한 폴케는, 전후 독일의 신문이나 잡지, TV에 빈번히 등장했던 여행, 오락 활동, 행복한 중산층 가정의 이미지가 사실은 신흥 독일의 ‘경제 기적’을 선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이미지라고 비판했다. 폴케는 위와 같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차용하되, 확대된 망점으로 그리거나 다른 구성 요소들과 중첩, 병치시킴으로써 이미지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한다. 이를 통해 관람자로 하여금 친숙한 대중 매체의 이미지에서 낯선 느낌을 경험토록 한다.
"모든 사물에는 그에 헌신할 임자가 있다"고 말하고는 다그마 슈테판이버터용 나이프를 바로 놓았다._과슈_70×100cm_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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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 폴케(Sigmar Polke, 1941-)는 격변하는 독일의 현대사 속에서 작업해 온,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생존 작가 중 한 명이다. 동독에서 출생한 폴케는 12살에 서독의 뒤셀도르프로 이주하여 스타틀리케 미술학교(Staatliche Kunstakademie)에서 1961년부터 1967년까지 수학했다. 이곳에서 그는 상업적인 이미지에서부터 사회철학 이론까지 다양하게 학습했는데, 이러한 학습의 기저 위에서, 냉소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메시지와 경쾌한 위트가 결합되고, 고급예술의 모티프들이 정제되지 않은 공업적인 재료들로 표현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쳐 왔다. 폴케는 미술학교 재학 중이었던 1963년,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콘래드 피셔(Konrad Fischer)와 함께 독일의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자본주의 사실주의(Capitalist Realism)’를 제창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발상과 표현 도구 및 기법을 선보이며 자신의 작품 영역을 확장해 왔다. 1960년대에는 주로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에서 이미지를 차용하여 독일 소비사회를 비판하는 팝아트 계열의 구상회화를 제작하였고, 1970년대에는 사진 작업에 몰두하였다. 1980년대 이후 다시 회화로 복귀하였는데, 물감 대신 금속가루나 화학약품들을 사용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동 서독의 냉전 체제와 같은 정치적 내용과 역사적 사건 등 보다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시그마 폴케: 미지의 세계에서 온 음악』은 1996년 제작된 40점의 구아슈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자신의 작품 전반에 걸쳐 사용해 온 다양한 상징과 기법을 적용하여 제작한 이 작품들 중 한 점에, 폴케는 “미지의 세계에서 온 음악: 문을 막고 그 공간에 발들이지 말 것”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는 역설적으로 모든 음악을 들어오게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옳을 것이다. 폴케는 재료와 양식적 실험을 통해 눈에 보이는 현실 이면의 불확실성까지도 그려내고자 천착해 온 작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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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080822-SIGMAR POLK 기획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