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현대미술 4인展

 

- INDIAVATA_cotemporary artists from India -

 

Chintan Upadhyay_have a nice day_91.5x 274cm_oil and acrylic on canvas_2008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2008. 8. 2 (일) ▶ 2008. 8. 23(수)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02_72_-5789

 

www.suncontemporary.com

 

 

Chintan Upadhyay_have a nice day_91.5x 274cm_oil and acrylic on canvas_2008

 

 

참가작가

   Chintan Upadhyay(1970~) 진탄 우파디, B.M Kamath (1974~) 비엠 카마드

Dileep Sharma (1974~) 딜립 샤르마, Gigi Scaria (1973~) 지지 스카리아

   

 * 인도는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에 중 하나이며 동아시아 문화의 모태인 불교의 발상지로서 심오한 역사를 지닌 나라다. 동시에 오랜 기간 동안 영국의 식민지로서  혹독한 수난을 견뎌온 땅이기도 하다. 이러한 질곡과 고난으로 점철된 역사 속에서 일구어낸 나름의 ‘문화 융합 방식’이 그 유구한 세월 속에 무르익어 이제는 인도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의 핵심적 주제를 관통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인도 신화는 바로 그러한 역사에 내재된 무형의 문화유산을 대표한다. 인류의 보고(寶庫)라 할 ‘신화(神話)’의 나라 인도에서 신화의 서사(敍事)가 부활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건조한 현대미술에 생명력과 상상력을 일깨우는 각성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근대주의가 도래한 이래 비합리적인 사고의 산물이라는 오명 속에 외면당해온 신화의 가치가, 20세기 후반을 주도해 온 포스트모더니즘이 20세기 말을 전후하여 퇴조하고 있는 오늘날의 시류에서도 빛바래지 않고 오히려 다가오는 내일의 예술혼에 불을 지필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B.M Kamath_Store Stories_130 x 77cm_acrylic and oil on canvas_2008

 

 

이러한 시점에서 SUN contemporary gallery가 마련한 인도 현대미술 4인전 <인디아바타>는 신화의 내러티브와 오늘의 일상 사이의 차이와 관계를 인도 특유의 문화적 융합기술로 형성된 인도현대미술의 단면을 조명한다. 전시회 제목 <인디아바타>는 인도(India)와 아바타 (Avatar)를 조합하여 만든 말이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인터넷 사용자를 대신하는 가상인격체를 뜻하는 ‘아바타’는 신들의 화신을 지칭하는 인도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 내려오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인디아바타’는 인도라는 거대한 실체에 아바타의 개념을 결합해 관객들에게 인도의 신비가 의인화되어 형상화된 현실감을 제공한다. 또한 동시에 포스트모던 이후의 일상과 신화적 상상력 사이의 충돌과 함께 나아가 그 이질적 공존의 융합과 화해의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전시될 작품들은 작가들 자신 자아의 아바타이기도 하면서 인류 정신사에 형이상학의 상부구조를 형성해온 인도 그 신비의 아대륙(亞大陸) 자체의 아바타가 되기도 하는 중의적 차원의 홀로그램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따라서 출품 작가 4명의 작품 역시 일종의 작가 자신의 아바타이자 인도라는 거대구조의 아바타로 읽혀지기를 기대한다. 실제 이들이 보여줄 작품들도 인도의 신화와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거나 아니면 오늘의 인도 일상의 삶을 내포하고 있다. 현대미술로 만나는 인도는 분명 그 역사의 깊이만큼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  

 

 

Dileep Sharma_Cry_174x111cm_Watercolor, Pen & ink on Paper_2008

 

 

참여작가

 

진딴우파디의 작품은 그 동안 주로 미성숙 아이의 형상을 통해서 인도라는 거대한 몸집에 말을 걸고 인도인의 무의식을 지배한 배타적 서구성(西歐性)을 일깨우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도 같은 맥락이다. 미성숙 아이와 함께 콜라와 햄버거가 그려졌고 고양이를 닮은 짐승 얼굴을 한 잡종 인간도 등장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벗겨져 있고 피부는 징그러울 만치 문신으로 온 몸을 감쌌다. 아이의 문신은 인도 옛 그림에서 따온 무사의 그림이 새겨져 있고 여성가슴을 한 잡종인간은 인도 세밀화에 나올 법한 여인상이 새겨져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명료해 보이나 세부적으로는 여러 인도의 색채가 녹아들었다. 작가의 고향 라자스탄에서 따온 듯한 화려한 핑크색이 간간히 화면에 등장한다. 작품 속 아이 앞에서 작가는 창조자가 되어 그들을 조종한다. 그런데 아이는 왜 분노의 표정으로 숨기고 서양에서 들어온 콜라나 햄버거에 경도되어 있는 모습일까. 작가는 인도가 표면적으로는 거대하지만 그 내면은 미성숙하다는 자아반성을 미성숙 아이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를 아래서 성숙되지 못했으며 해방이후에도 글로벌 시대에 인도는 늘 어린애처럼 남들의 조정에 의해서 움직여 왔다는 인식을 토대로 작가는 인도인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래서 아이는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로서 작가에 의해서 새로운 인간형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최근에 파리에서 개최한 이 작가의 개인전 제목이 ‘새 인도인(new indian)’으로 명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당장은 분노하는 표정을 애써 감추고 있지만 곧 속내를 드러낼 것이다.

 

 

Dileep Sharma_Flying-Dragon_174x111cm Watercolor, Pen & ink on Paper_2008

 

 

비엠 카마드의 페인팅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화면 전체를 주도하는 여백(빈공간)의 언저리에 배치, 독특한 회화 공간을 만들어 온 작가다. 형식적으로는 동아시아 문인화의 여백과 유사하지만 축제 뒤에 오는 이완된 심리 구조를 반영하는 듯이 보이는 그의 휴게 공간은 처음부터 잔여 공간으로 존재하는 문인화의 여백과 차이를 가진다. 이번 출품작은 밀폐된 장식장을 좌우 대칭으로 배치하고 변기, 전구, 책 등 사소한 일상의 기물들을 그 안에 특정한 규칙 없이 느슨하게 진열했다. 일견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일상 기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는 서구 현대미술의 변화 거점에서 만나는 작품을 연상시킨다. 변기는 뒤상의 레디메이드 작품을, 전구는 요셉 보이스의 설치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장식장 바깥의 사람 얼굴은 영락없이 베이컨의 필력으로 그려져 있다. 장식장 속에 넣는 순간 미술사에 남는 작품이라도 그것은 과거형 유물이 되고 만다. 서커스처럼 연출된 장 밖 풍경 역시도 현재를 희화화(戱畵化)한 유물일 뿐이다. 결국 작가는 일상과 미술사를 그네 타듯 즐기면서 시선은 그 너머를 유지하고 있다. 마치 신화의 탄생을 기다리는 듯이 말이다.   

 

 

Gigi Scaria_Between many shores_152x152cm_Acrylic on canvas_2008

 

 

딜립 샤르마는 팝아트의 형식을 빌려 인도적 현대미술의 새로운 전형을 일구어가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일러스트 같은 밝고 경쾌한 색조로 칠해져 보는 이의 시선을 자극한다.  전통의 무게까지도 그의 작품에 들어가면 가볍고 즐거운 유머로 변한다. 그렇지만 그가 만들어 내는 인물의 형상이나 내러티브는 단순히 가벼움으로 그치지 않는다는데 독특함이 있다.

동서양의 문화적인 양분들을 조화롭게 혼합시켜 만들어낸  색채는 독특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 인도라고 하는 거대한 실체가 숨 쉬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중스타거나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 인물들로서 이들은 그가 만든 혼성의 패션을 그들에게 입힌다. 문양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미니스커트를 입었으며 다리의 표정을 강조한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을 인도에서는 보기가 힘들며 그가 서구사회에서 보고 느낀 충격을 반영한 결과다. 인물, 색채, 문양, 문신의 구성과 배치방식은 인도의 신화와 역사의 메커니즘으로 제작된 Madhubani painting(Bihar 지방의 민속화), Miniature painting(라자스탄의 역사화), Phulkari(Punjab 지방의 전통 자수<刺繡>)등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인도의 관습에 가려진 금기를 드러내고 환기시키고 즐긴다. 상반된 것들끼리의 대칭 방식도 그가 즐겨 사용하는 회화의 구성방식이다. 큰 것과 작은 것, 전통과 현대, 서양과 인도의 공존을 통해서 작가는 인간과 세계의 이중 구조를 암시하고 화해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Gigi Scaria_Observatory_152x152cm_Acrylic on canvas_2008

 

 

지지 스카리아는 페인팅, 사진, 영상 등의 다양한 작업 방식을 선택하여 탁월하고 다양한 언어감각으로 현실의 문제를 환기시키는 작업을 해 온 작가다. 그 동안의 작품을 보면 오래되고 거대한 인도에서 벌어지는 차별의 역사를 환기시키고 때로는 델리라는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무관심의 일상들을 작품의 대상으로 삼아 심각하지만 매우 가볍게 그려냈다. 때로는 오래 역사의 유물을 가벼운 쇼핑몰로 전이시킨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올 봄에 한국의 국립 창동스튜디오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아파트와 첨성대를 소재로 다루었다. 아파트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며 첨성대는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재 중의 하나다. 이 두 소재를 이방인의 시각에서 매우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고층 아파트가 상부구조로 된 배 한 척을 화면 정 가운데 배치시킨 작품은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기 힘든 모습이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린 이유는 아마도 한국의 아파트가 두려움의 대상이어서 이었을지 모른다.  만약에 이런 형태로 바다를 향해 한다면 아파트는 금세 침몰할 것이다. 그래서 배는 모형으로 존재할 뿐이다. 또 하나의 다른 작품은 경주의 첨성대를 그렸는데 가벼운 미니어쳐로 형태를 단순화했다.

작가의 손에 의해서 한국이 자랑하는 문화재 ‘첨성대’가 신화적 존재에서 일상의 존재로 바뀐 것이다. 결국 이 작가는 아파트라는 현대의 유산과 첨성대라는 과거의 유산을 통해서 한국인의 무의식에 내재한 맹신주의를 환기시켜 주고 있다.  

 
 

 

 
 

vol. 20080802-인도 현대미술 4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