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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희 개인展
계단참 유희 전경
세오갤러리
2008. 7. 10(목) ▶ 2008. 12. 31(목) 오프닝 : 2008. 7.10(목) PM 5:00 서울시 서초구 서초1동 1666-12번지 꿈을 꾸는 세오빌딩 | 02-522-5618
계단참 유희 전경
비밀의 화원
김미진 | 예술의 전당 전시예술 감독,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일상적인 도시의 길과 갤러리 공간을 이어주는 아르누보의 로맨틱한 형태로 된 문 안쪽을 들여다보면 풀과 덩굴이 그려져 있고 커다란 꽃 안에서 불빛이 부드럽게 퍼져 나오고 있다. 안성희는 좁고 작은 계단과 ‘ㄴ’자로 꺾인 지하로 통하는 공간을 보며 ‘계단참階段站 유희遊戱’라 부른다. 이는 작가 스스로의 작업 과정과 작품이 완성된 후 관객들이 이 새로운 공간을 통해 발견하게 될 여러 가지의 유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림을 위한 재료로 준비된 캔버스가 아닌 사람과 문화의 투박하고 거칠며 일상적인 삶이 묻어나는 ‘월(wall)’ 자체적 물성은 작가의 심리를 대변하는 개인적 작업과 타인들과의 소통을 위한 공공적 작업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계단참 유희 전경
개념적인 설치작업을 주로 해 온 안성희는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고 내려가야만 또 다른 공간과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계단참階段站’을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너머 세계의 경계를 표현하며 작가 자신과 동일시 여기고자 한다. 작가는 벽에 가까이 다가가 작업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벽’자체의 물성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린다.’라는 원초적 행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마치 풀 한 포기, 덩굴나무 하나하나를 심은 듯 사실적이며 순수하게 그려진 풀밭은 작가의 맑고 아름다운 마음이 함께 심어져 판타지동화 속 한 페이지 같은 공간이 된다. 천장에 비스듬히 매달려 있는 조형물인 커다란 꽃은 노란 불빛이 부드럽게 퍼져 나와 멜랑꼴리한 느낌을 더해 우리의 상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특히 비스듬한 위치와 화촉을 낮춰 따뜻하게 비치게 한 불빛에서 아주 섬세하고 예민한 작가의 감성을 엿볼 수 있다.
계단참 유희 전경
안성희가 그린 <비밀의 화원>은 들꽃과 풀로 된 배경에 평범한 꽃 한 송이를 비대칭적으로 크게 만들어 주어 이를 주인공이 되게 한다. 그녀의 정원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신데렐라, 빨강머리 앤, 콩쥐 같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어둡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그들만의 아름다운 비밀 장소를 만들어 그곳에서는 마음껏 행복을 누리는 마술 공간의 역할을 표방한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의 현대인이 잃어버린 저 마음 한 구속에 있는 풍요롭고 자유로운 내적 공간이기도 하다. <비밀의 화원>은 평범하고 한결같은 일상 속에서 특별한 것을 포착한 예민함 뿐 만 아니라 삶을 사랑하는 작가의 따뜻한 성품이 배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신비로운 감동을 주는 예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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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080710-안성희 개인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