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영 개인展

 

-The Odd Nature엉뚱한 자연-

 

엉뚱한 자연 The Odd Nature_182x227cm_oil on canvas_2008

 

 

갤러리 터치아트

 

2008. 7. 4(금) ▶ 2008. 7. 27(일)

오프닝 : 2008. 7. 4(금) PM 6:00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235 |031-949-9437

 

www.gallerytouchart.com

 

 

엉뚱한 자연 The Odd Nature_182x227cm_oil on canvas_2008

 

 

 

‘불안의 유미(唯美)’ 중에서

 

김진엽 | 서울대 미학과 교수

유근영의 <엉뚱한 자연>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중 낭만주의에 가깝다. 더 정확히는 낭만주의의 현대적 적자인 표현주의에 가깝다. <엉뚱한 자연>을 보며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나 독일의 신표현주의 작가 줄리앙 쉬나벨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표현주의를 위시하여 낭만주의의 계보에 속하는 양식들은 대체로 불안정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혁명이나 전쟁 등이 따라다닌다. 딱히 나누는 것이 힘들 수도 있지만 개인적 불안에 기인할 수도 있다. 유근영의 <엉뚱한 자연>도 불안정한 시대와 불안정한 개인사 속에서 탄생하였다. 한국의 70년대는 격동기였다. 유근영의 개인사도 격동하였다. 물밀듯 밀려오는 서구의 사조들 속에서 어떤 그림을 그릴지 번민하였고, 번민의 와중에 붓 대신에 미학이라는 학문 속을 방황하였고, 가난과 싸워야 했다. 유근영의 <건회포> 시리즈는 빨래 줄에 걸어둔 아기의 마른 기저귀를 빼내 그린 그림들이다.

 표현주의는 현실의 불안정 앞에선 인간의 주관적 심리를 표현하려고 한다. 외부 대상에 대한 정확한 묘사나 사실적 형상보다는 그 대상을 바라보는 개인적 주체의 심리적 동요나 번민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동요나 번민은 대상의 일그러짐이나 변형으로 나타난다. 유근영의 <엉뚱한 자연>에 등장하는 자연은 현실의 자연이 아니다. 꽃, 풀, 나무, 산 모두가 낯설다. 낯선 꽃, 낯선 풀, 낯선 나무, 낯선 산 등을 통해 우리는 낯선 자연과 마주한다. 일견 그 낯선 자연은 화려하다. 그렇지만 그 화려함은 럭셔리하지 않다. 불안하다. 핵 방사선에 노출된 듯 보이는 꽃, 풀, 나무 등이다. 돌출되고 일그러지고, 휘고, 분절되어 있다. 색들이 엉키고, 충돌한다.

 그런데, 표현주의는 그 불안이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에게 밝히지 않는다. 불안의 정체가 모호하다. 표현주의는 그 모호함으로 인해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이성이나 의식으로는 더 이상 돌파할 수 없는 꽉 막힌 세상. 그 세상을 감성이나 무의식을 통해 헤쳐 나가려 한다. 그러기에 표현주의는 직관적이다. 계산하고 측정하지 않는다. 역동적 원색과 원초적 질감과 돌발적 선들이 우리의 감성과 무의식을 자극한다. 그 자극을 통해 어떤 해답을 찾을지는 작가를 포함한 우리들 각자의 몫이다. 정답이 무엇이냐고 물을 수 없다. 그러한 물음에 대한 답변을 기대하는 일은 표현주의가 넘어서려고 하는 이성적이고 의식적인 행위이다.

 그러므로 유근영의 <엉뚱한 자연>을 낭만주의의 계보인 표현주의의 맥락에 놓을 경우, 그 <엉뚱한 자연>이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를 묻는 일은 엉뚱한 일이다. 아니, 묻는 일은 자유겠지만 정답을 기대하는 일은 자못 엉뚱한 일이다. 관람자 각자는 의식을 닫고 무의식을 자연스럽게 열어 그의 그림을 오감으로 느끼면 된다. 그의 그림이 펼치는 몽환과 환상을 살 위의 소름에 흠뻑 적시면 된다.  

 
 

 

 
 

vol. 20080704-유근영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