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개인展

 

ㅇ ㄷ_수제한지위 아크릴_234×156_2008

 

 

인사아트센터

 

2008. 4. 30(수) ▶ 2008. 5. 6(화)

초대일시 : 2008. 4.30(수) 오후 6: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지하 1층 | 02-736-1020

 

www.ganaart.com

 

 

ㅁ_종이위 아크릴_162×130_2008

 

 

종이와 기호, 칼리그람의 회화적 해석

 

이건희 박사학위 청구전 노트

 

철학박사 김복영 전 홍익대 교수 | 예술학

2008 박사학위 청구전에서 이건희가 제기하는 ‘종이와 기호 칼리그람의 회화적 해석’은 멀게는 1996년에 시도했던 고서의 한글체(훈민정음)와 컴퓨터 디스켓을 꼴라지한 작품에서 시작해서 2002년을 전후한 한지의 물성연구를 추가하는 한편, 2006년부터 발표해오고 있는 첨단매체에 의한 오늘의 소통문화를 배경에 둔 개념화 작업을 아우르는 다중 연구결과들을 집대성한 작품의 컨셉이다.

그의 초기는 고서의 문자체를 꼴라지한 자연종이와 인공의 산물인 디스켓을 퓨전함으로써, 이를테면 두 개의 문자혁명의 대비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상기시키려는 데 강조를 두었다. 이에 반해 중기연구는 닥나무를 두들겨 가루로 만들어 표백한 종이 면에 천연염료를 여러번 덧칠함으로써 색과 물성을 일원화하는 가운데 문자를 내재시키려 했다면, 근자에는 전통종이와 전자종이의 대비를 배경에 깔고 소통문화가 사회의 표면에 등장하는 급변상을 다루려는 의욕을 보인다.

 

 

rebus_종이위 아크릴_232×91_2008

 

 

아주 최근의 핵심은 종이개념을 버리고 디지털 매체라는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현상을 전면에 부각시키려는 데 있다. 알파벳의 자음과 모음을 벽면과 종이에 실크스크린으로 각인시키는 작업(2006~7)이 이루어진 것은 이러한 결과였고 또한 자연스런 결과였다.

이번 청구전은 그간의 경과를 하나로 묶으면서 직접 만든 종이 위에 수성물감으로 올을 짜서 평면에 작은 글꼴을 적어 넣는 ‘리버스(rebus)기법으로 전체의 화면이 섬세하고도 콤팩트한 ‘이모티콘’이 되도록 하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화면은 단일한 한개의 면으로부터 여러 개의 시리즈가 컴바인된 복합 화면까지 다양한 일면을 드러낸다.

 

 

rebus_수제한지위 아크릴_162×97_2008

 

 

더 나아가 연구자는 문자의 기본단위인 음소의 기호들을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찍거나 캐스팅하는 등 판화기법을 구사함으로써 화면을 창출한다. 작은 기호들이 형형색색으로 수놓아진 모습이 화면을 비좁게 채우기도 하고 일부는 텅비워 놓는 대비를 보이면서 글자와 그림을 혼성한 중성구조로서의 ‘칼리그람’(calligram)을 만들어낸다.

이건희의 칼리그람은 이미지와 타입, 아이콘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모티콘으로서의 퓨전을 맑은 고딕에 두고 있다. 이 외에도 문자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동하는 현대사회의 거대파도나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아크릴 물감을 실처럼 짜넣은 무수한 기호의 파편들을 설정하는가 하면, 목판에 종이캐스팅 기법을 사용하여 ㄱ, ㄴ, ㄷ, ㅇ, ㅁ, 그리고 e, q, w, h, g 등의 알파벳을 찍어 전자 종이의 의의와 전통 종이의 의의를 대비시키기도 한다.

 

 

> <_종이위 아크릴_193×112_2008

 

 

이번 연구 작품들은 기본 개념에 있어 종이와 기호라는 인류가 오래 간직해왔고 또 사용해오고 있는 매체와 상징들을 회화의 모티프로 이 시대의 맥락으로 재해석하려는 데 뜻이 있다.

이를 위해, 종이가 한 때 연구자가 물성연구를 위한 회화적 수단이긴 했으나, 이번 청구전에서는 현대지식기반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일부라는 것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화면은 종래와 같이 종이의 회화적 물성화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소통의 매개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흔히 개념미술가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러한 결과는 회화의 자율성을 강조하기보다는 회화가 사회의 소통수단이라는 제 1차적 산물을 제 2차적으로 재생산해내는 절차임을 강조한다.

 

 

언어무더기_종이위 아크릴_320×130_2008

 

 

방법으로서, 연구자는 회화의 가능성을 물성적 자질이 아니라, 인류의 통신매체로서 문자와 그림이 각각 분화되기 이전의 상태, 이를테면 기원전 2만년 전의 저 ‘기적의 계곡’(the Valley of Miracles)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그림과 문자가 퓨전된 ‘칼리그람’을 새롭게 창출하고 이를 이 시대의 상황에다 재정위시킨다.

연구 작품들은 그러나 단순히 소통적 사실을 문자그대로의 칼리그람으로 재현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오늘의 회화로서의 칼리그람’을 새롭게 창도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몇 가지 수단과 방법을 빌림으로써 칼리그람이 여전히 회화의 창출모형이라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 이를테면, 전통종이와 전자종이의 대비에서 시작해서, 기법적으로는 꼴라지와 캐스팅, 자획들의 밀집과 비움, 큰 것과 작은 것, 누움과 세움, 강함과 여림은 물론 중첩과 천이(遷移) 같은 회화가 누릴 수 있는 가능성들을 능숙하게 연출한다.

 

 

rebus_수제한지위 아크릴_336×113_2008

 

 

연구자의 이번 청구전은 그가 그 동안 모색하고 누적해온 화면의 형상화를 맑은 고딕에 두면서도 첨단과학기술 시대 내지는 지식기반사회의 기호적 소통상황을 모티프로 삼아 이 시대의 예술을 궁구하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점에서 믿음직하다. 그 무엇보다 ‘칼리그람의 미학’이 이 시대의 회화적 존재이유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2008, 4

 

 

언어무더기_수제한지위 아크릴_220×200_2008
 

 

 

 
 

이건희/ 李 建 羲 / LEE GUN HEE/

개인전_10회_아트페어_2005 시카코 아트페어/ 2007KCAF전/2008화랑미술제 출품

단체전_2008, 부산미술80년전/ 부산시립미술관 | 2007  paper of power 전/ 제비울 미술관 외 180여회

현재: 부산대학교, 동서대학교 출강, 한국한지학회회원, 홍익미술학회 회원

 
 

vol. 20080430-이건희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