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배 개인展

 

-“無始無終 _ 이미 오래 전 예견된 일들” -

 

이미 오래 전 예견된 일들08-1_17×21×14.5cm_플라스틱 위에 도색 2008

 

 

갤러리 쌈지

 

2008. 4. 9(수) ▶ 2008. 4. 27(일)

Opening : 2008. 4. 9(수) PM6: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8번지 쌈지길 B1F | 02-736-0900

 

www.ssamziegil.com

 

 

이미 오래 전 예견된 일들08-3_21.5×23.5×20.5cm_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2008

 

 

갤러리쌈지는 4월 9일부터 서영배의 개인전 ‘무시무종_ 이미 오래 전 예견된 일들’ 전을 마련한다. 한 때 출가(出家)를 경험했던 작가에게 있어 작품활동은 시작도 끝도 없는 수도의 과정과 다르지 않다. 서영배 작가는 그간 대구를 기반으로 평면, 설치, 입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이번 8번째 개인전에서는 동물의 털이라는 재료로 외피와 본질에 대한 소통을 시도한 ‘안과 밖’ 시리즈와 함께, 섹슈얼한 피규어 혹은 전투기와 짐승이, 명상에 잠긴 불상과 극적으로 충돌하는 최근작 ‘무시무종’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향기 가득한 차 잎을 전시장 바닥에 깔고 영혼이 잠식된 듯한 코뿔소 형상을 복제하여 올려 놓는 그의 설치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전시는 갤러리쌈지를 찾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대결구도가 만연한 현대문명 속에서의 나와 너,  ‘차이’와 ‘소통’에 대해 사색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미 오래 전 예견된 일들08-4_270×35×90cm_녹차, 나무, 피규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2008

 

 

■ 전시서문 - 갤러리쌈지 이단지 큐레이터

 

 기실 인류가 소망하던 기대 속에 출발했던 21세기(현재)는 그 출발과 동시에 유토피아를 외면한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20분 사이에 일어난 항공기 납치 911 자살테러는 미래에도 여전히 인류는 싸움과 경계의 문명, 그 소용돌이 속에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하게 했다. 역사의 굴레라는 것은 그 종착점이 유토피아는 아닌 듯하다.  작가의 근작은 그 날 있었던 아메리칸 항공 소속 AA11 편과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의 충돌을 연상시켰다.

서영배는 주로 동물의 털과 차가운 산업논리를 대변하는 금속을 대치시켜 사물의 안, 밖 문명의 모순과 현상에 대한 직관적 상상을 드나들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최근 그의 작업재료는 불(佛)상 (혹은 연적 그리고 다완)과 충돌하는 권총(혹은 여객기, 섹스 피규어)으로 치환되었다. 동시에 작품의 표면은 더욱 욕망의 무게를 더하여 차량용 도색안료의 진하고 끈끈한 색감과 극한으로 치닫는 크리스털의 유혹적인 물질성으로 뒤덮이고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 이름지워진다.  

말초를 자극하는 유혹적 충돌의 진원. 돌연한 부딪힘의 충격은 그것들이 매우 ‘다르다’라는 차이의 인식에서 비롯된다.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오브제들의 성격은 이러한 충돌에너지의 속도를 배가시킨다.  작업의 주체가 되는 오브제들은 이분적 구도에서 서로의 대척 점에 놓인 것들로 대표되는 것이 분명한데. 작가노트에서 서영배는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우리’ 즉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무엇을 나눌 것인가”에 대한 작업의 시작점을 털어 놓는다.

 

 

壽福Ⅲ_11×11×14.5cm_each 청화백자연적, 피규어 2008

 

 

욕망이 넘치는 색감 속의 부처는 과연 인간의 절대 이성을 위한 오브제인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싸구려 이미테이션 골동연적과 성적환상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프라모델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아무 정보가 없는 관객들은 골동연적의 진위여부와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 그것은 우리가 정치적 사건을 읽는 과정과 제법 비슷하다. 911테러의 자작 음모설은 서서히 그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으며, 급기야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식의 양분된 이데올로기의 상황을 비꼬는 내용으로 2004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다.

육체를 스치는 털의 따뜻한 촉감과 은밀한 심장박동이 전이된 금속의 가공된 물결은 산업문명의 잣대 너머 선(禪)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나와 타자의 차이는 앞에서 보는 것과 뒤에서 보는 것이 다를 뿐, 우리의 이기적인 관점이 경계를 지은 판단기준에 지나지 않는 ‘차이’이다. 선(禪)의 수련 과정을 작업의 모티브로 정한 작가의 생각은 번뇌를 떨치고 (자기반성) 차이의 깨달음(소통)을 향해 가는 시작도 끝도 없는 좌선의 과정이다. 그에게 예술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현세에 있을 수 없는 유토피아를 찾기 위한 그 나름의 기원이자 수행이다.

 

 

 
 

 

 
 

vol. 20080408-서영배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