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展- 갤러리 담 기획

 

김봄-종묘_73*65cm_캔버스에__아크릴릭_2007

 

 

갤러리 담

 

2008. 4. 1(화) ▶ 2008. 4. 9(수)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7-1 | 02-738-2745

Gallery hours: 월~토 10am~06:30pm 일11am~05pm

 

https://cafe.daum.net/gallerydam

 

 

김태연,대화_72×60cm_장지에_흙,채색_2005

 

 

동상이몽(同床異夢)전- 갤러리 담 기획전

 

동상이몽이라 함은 같은 잠자리에서 다른 생각을 함을 일컬어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의 동상이몽은 같은 동양화라는 같은 길을 가면서 서로 다른 주제와 재료를 써서 각자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따스한 봄날 서로 다른 좋은 꿈을 꾸는 작가들의 작품세계에서 신세계를 바라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주미, 김봄, 김태연, 변윤희, 한경희 다섯 명이 꿈 속에서 새로운 동양화의 대안들을 살펴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동양화를 전공하는 다섯 명의 작가가 각기 작업의 구성이나 소재에서는 다양함을 나타내고 있다.

 

 

변윤희-나는_요리사_2007_장지에_혼합재료_30호

 

 

-작가의 글-

 

■ 김봄 Kim Bom

 

나의 작업은 사람들이 풍경을 보는 다양한 시점, 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자연 앞에 섰을 때, 같은 공간, 풍경 속에서 각기 다른 각도로 풍경을 해석해 나간다.산수는 모든 위치에서의 각도에서 관찰되므로, 고정된 지점에서 관찰되어지기보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 밖으로 보는 풍경의 모습과 같이 이동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은 주인공인 산을 한가운데 놓고 치켜보고, 내려보고, 올려봄으로써 산수의 다양한 실제모습에 접근하려 한다. 나는 옛 산수화에서처럼 다양한 시각이 뒤섞여 있을 때 작품전체가 완성되고 새로운 산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실제 자연이 그렇듯이, 감상하는 자의 시선은 그려진 각 대상들을 따라 끊임없이 여기저기 발걸음을 옮겨놓게 만들어 살아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나는 숲에서 다양한 시점으로 보고 느낀 부분들을 해체하고 새롭게 재배치하여 잘 짜인 조경 산수를 만든다. 여러 각도(부감법)에서 보여진 부분들을 조각 내어 개별적이고도 조직적으로 배치, 재조립 하고, 실제 하는 지형(탑골공원, 종묘, 여의도공원)에 그곳을 상징하는 구조물들을 자연의 구조물들과 혼합한 뒤 균등하게 나열하여 ‘조립된 산수’를 만든다. 원거리에서 대상을 바라본 듯한 화면 구성과 실재 이미지의 생략과 재구성으로 인해 풍경 속에는 부분과 전체, 실재와 허상, 과거와 현재, 디테일과 스케일, 변화와 정지가 공존한다.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유교 사당으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종묘제례 및 제례악은 무형유산으로 등록되어있다. 하지만, 요즘은 수많은 노점상들과 노숙자들로 붐비고, 일명 ‘박카스아줌마’라고 불리는 할머니들이 노인들에게 다가가 성매매와 매춘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과거에는 역사적인 장소, 가치를 지니고 있었지만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현대에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에 대해 과거와 현재를 한 화면에 오버랩 시켜 작업한다.단순히 자연의 대상이었던 산수가 내 작업에서는 실존적인 공간의 이미지를 더해 잊혀져 간 과거의 기억들과 동시대적인 시선을 조합하여 공간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구현한다고 볼 수 있다. 수묵산수의 전통적 이미지에 채색산수의 현대적 정원 이미지 공간이 조합되어 이차적인 색채 공간산수풍경을 만든다. 밑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 수목의 섬세한 묘필과 색채가 화면 가득히 즐비하여 있다.자연은 순수하고 완벽한 시각에 의해 사물 자체로서 관찰되어지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보는 사람이 곧 해석자이고, 각기 다른 각도와 시선에 의해 자유롭게 변화하여 인식된다. 때로는 내게 특별한 형태를 제공해주기도 하며 현실의 대상들을 기억 속에 담아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 김태연 KIM TaeYeon

 

시공간의 인식이나 문명이 마치 입력된 프로그램이거나 누군가의 실험 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에서 시작된 나의 작업은 자아를 포함한 현상세계의 가상성과 덧없음을 불교적 사유를 가지고 바라본다. 현대문명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숭배하는 자화상들은 흙벽이라는 유기적 공간 위에서 자기 환원적 작업 과정을 통해 보여 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깨달음을 얻어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름의 수행이 필요한데 그것이 작가에게는 작품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생각들은 수공이 드는 벽면의 구축과 도상을 반복해서 그리고 머리 부분을 묘사하고 도안적인 문양을 그리는 것으로 표현된다. 과거 종교적 숭배 목적의 도상을 빗대어 현대 물질문명의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비웃는다. 이는 현대문명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본인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현상의 부질없음과 유한성을 인식하고 집착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의 덧없음을 알기 위하여 현대성의 산물들의 시공간을 이동시켜 보기로 한다. 일상의 낯익은 물건, 기호, 이미지, 통신, 과학 등의 현대 문명의 모습은 신성과 엄숙함이 배어있는 고대벽화의 이미지들과 만난다. 고대인들에게 일상의 기록이었고 종교적 숭배의 목적이었던 종교 벽화를 차용해 현대를 기록하고 조명해 보려는 시도이다. 시공간과 문명조차 가상이고 상대적 개념임을 인식하고 가시적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작품은 흙 벽화 기법으로 제작되는데 나무 패널에 흙을 붙여 그 위에 수간채색을 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을 어느 정도 갈아내고 손상시킨 후, 마치 오래되어 때가 탄 듯 표면처리를 하는 것이 작업의 마지막 단계이다. 흙벽을 만드는 일부터가 시간과 공이 드는 중요한 작업의 일부인데 그렇게 공들여 만든 맑은 고딕 위에 그려지는 그림은 엉뚱하게도 현대의 껍데기 같은 형상들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시간의 축척이 느껴지는 재질감과 현대와는 상이한 문화가 그려진 고대 종교벽화는 기법과 형식 면에서 작품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종교적 엄숙함, 고대를 가장한 운치, 낯선 문명의 이미지들은 현대성을 의심하고 낯설게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여행의 안내자들이다. 지금 세상이 당연하다고 하는 것들이 유물이 된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것들은 언제까지 옳고 언제까지 당연한 것일까?

 

■ 변윤희 Byun YoonHee

자신의 그림을 말이나 글로 나타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그린다는 것은 그 무엇을 그리는 것이며, 그림이란 그러한 과정의 결과인데…… 내가 그리는 그 무엇이란..  내가 세상에 태어나 어른이 되어 가면서 사람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여러 가지 경험을 나타낸 것이라 말하고 싶다. 초반의 나의 작업들은 개인적 상징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작업 소재 대부분은 이런 사적인 경험과 꿈에서 가져온다. 개인적인 관심사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관객에게서 공감을 자아내고 싶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삶으로써 공유 할 수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이 되어 별다른 초점 없이 흘러가는 것은 개별적 사건의 중요성이 망각되는 것이 라기 보다는 모든 것에 동일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도 나의 바람들일뿐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라는 것을 알았다. 조금씩 나를 버리고 다른 삶들을 취하는 상태로 가도록 작업을 했다. 내가 보는 사람들, 내가 사진 찍은 사람들의 이미지들, 그들의 얼굴에는 황금색 빛이 비치고 있다. 그 모습들의 생동감은 시각적으로 나를 흥분케 한다. 다른 이들의 모습이 구르고 뒤엉키면서 그들의 얼굴에는 생활상이 보이고 그들이 서있는 무대는 공공의 장소이면서 따뜻한 대화들이 가득 찬다. 이 화면 속의 사람들은 나를 들볶아 정의니 흑백이니 하는 상투적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림은 단지 나와 타인의 기록을 넘어서 사물 자체의 삶 속으로 인도할 뿐이다. 이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갖가지의 경험들이 즐겁고, 그러한 것들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과정이 즐거울 때까지 계속 되어야 한다. 내가 그린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vol. 20080401-동상이몽展- 갤러리 담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