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혜 개인展

 

- 破片 파편 Debris -

 

Debris, 2008_나무에 폴리우레탄_79.2 x 60 x 21.6 cm

 

 

국제 갤러리

 

2008. 1. 25(금) ▶ 2008. 2. 26(화)

서울 종로구 소격동 59-1번지 | 02_735_8449

 

www.kukjegallery.com

 

 

Debris, 2008_나무에 폴리우레탄_63.6 x 63.6 x 63.6 cm

 

 

전시 개요

국제갤러리는 2008년 첫 전시로 홍승혜의 개인전을 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그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홍승혜는 지난 10년간 ‘유기적 기하학(Organic Geometry)’이라는 주제 아래 새로운 회화제작 방식인 공업적 생산방식을 이용하여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며 그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공간 자체를 작품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다른 작품들과 조우한 전시를 선보인다. 가구를 닮은 오브제들과 각파이프를 활용한 설치 작품, 이미지 출력물, 플래시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작품 20여 점이 소개된다.

 

 

Debris, 2008_알루미늄 각파이프에 폴리우레탄_300 x 10 x 10 cm each_총 32점

 

 

작가에 대하여

홍승혜 작가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2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6년, 졸업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 작가는 꾸준히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한국 미술계에 입지를 굳히고 있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조선일보에서 주최한 제19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작가는 서울산업대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6년 관훈 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수갤러리, 웅갤러리, 프랑스 파리의 라부앙 무씨옹(Rabouan Moussion) 갤러리, 신라갤러리 그리고 국제갤러리에서의 개인전(1995, 1997, 2000, 2004년)을 가져왔고, 1997년에는 토탈미술상을 수상했다.

올 말에 조선일보 미술관 개인전과2009년 2월, 파리의 라부앙 무씨옹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잡혀있다.

홍승혜는 작업실이 따로 없는 작가로, 집과 학교 연구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만들고 공장에서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작업활동을 하고 있다.

 

 

Ways, 2008_유리에 실크스크린, 철판, 전구_30 x 22.5 x 15 cm

 

 

작품 세계

캔버스와 붓을 대신하여 홍승혜는 1990년대 중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인 ‘포토샵(Photoshop)’을 사용하여 만든 네모난 픽셀 이미지들을 벽돌처럼 쌓아 올리기도 하고 축소와 확대, 순열과 조합 등을 반복하여 다양한 모양의 이미지들을 번식시킨다. 이는 마치 ‘인공적인’ 이미지들이 ‘자연적’으로 자라는 듯한 모순을 보이면서 작품 제목이기도 한 ‘유기적 기하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이미지들이 평면의 화면에서 성장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구, 벽화, 조각, 비디오, 책과 같은 다양한 성질의 물질로 입체화되면서 실제의 공간과 조화를 이룬다는데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 이상적인 공간의 운영방식을 추구하고자 한다.

대부분 공업적 생산방식으로 제작되는 그녀의 작품들은 창조와 복제의 경계, 독창성과 익명성의 경계 등 현대미술이 다루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인공적인 이미지들을 기계적 제작 방법을 통해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 진화시키는 것은 오히려 자연 파괴적 기계문명으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을 포용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파편(破片)’은 사물이 파괴되었을 때 생기는 '잔해(debris)'라는 뜻이다. 작가는 지난 10년간 ‘유기적 기하학’이라는 주제로 제작하고 구상했던 기하학적인 도형들과 쓰여진 텍스트를 분해하고, 이를 다시 입체로 발전시켜 공간 속에 현존시킨 작품들을 선보인다. 가구와 조각품의 중간 형태인 오브제들과 건축자재인 각파이프를 이용한 설치 작품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작가에게 있어서 부서진 파편들은 과거에 대한 노스텔지어이기도 하면서, 또한 그 안에 새 생명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새로운 출발이기도 하다. 깨어진 조각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지니며 미래의 알 수 없는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의 발견은 작가가 명한 ‘유기적 예측 불허감(organic unpredictability)'이라는 창작의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전시 공간 자체는 작품의 일환으로 활용된다. 작가는 일정한 벽체를 선택하고 페인트로 채색하여 전시 공간을 분할하였는데, 이는 이미 만들어진 공간과 벽을 이용한 ‘레디메이드 조각(Ready-made Sculpture)’ 이라고 할 수 있다. 큰 의미로 봤을 때, 건축 공간 자체를 하나의 조각품으로 본 것이다. 페인팅으로 조각난 벽체들은 독특한 전시장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새로운 전시공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공장에서 제작된 실제 작품들의 모습

 

 

해체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 벽의 나눔은 전시장 2층에서 선보이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배경 음악에도 적용된다. 이 음악은 원래 17세기 바로크 음악가 장 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의 춤곡 ‘사라방드(Sarabande)’이다. 홍승혜는 본래의 음을 분절하고 재편집하여 조용하고 쓸쓸한 불연속적 음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속의 도형들은 이 음에 맞추어 조화로운 안무를 선보인다.

최근 홍승혜는 본인의 지난 작업들의 부분들과 또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재사용하는 방식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것은 ‘레디메이드’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그 개념을 확장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파편’들은 재활용되어 새롭게 공간 속에서 재창조된다는 의미로 보아, 그 동안 작가가 꾸준히 발전시켜온 ‘유기적 기하학’의 개념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vol. 20080125-홍승혜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