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덕 개인展

 

우리리즘_97.0×130.0cm_Oil on canvas_2007

 

 

대전한밭도서관 갤러리

 

2007. 6. 20(수) ▶ 2007. 7. 15(일)

대전시 중구 문화동 145-3 | 042_580_4265

 

 

우리리즘_65.1×53.0cm_Oil on canvas_2007

 

 

견고한 역사적 맥락의 성벽 앞에서

 

신용덕은우리나라 고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작업에 도입하여 자신의 조형적 모색의 기반으로 삼는 한편으로, 진통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의미 부여에 주력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이러한 그의 화면에는 백제금동대향로로부터 사신도, 무용도, 수렵도, 삼족오 등을 포함한 고구려 고분벽화와 유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지난 작업과는 상당한 변화를 만들어내게 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작업의 기본 요소인 금동향로를 비롯한 모티브들의 역할이다. 먼저 외형적으로 보자면, 이전 작업에서는 이 모티브들을 반복적으로 배열하거나 거기에 색채의 강양이나 크기의 변화를 줌으로써 화면을구성하는 기본단위로 기능하도록 하는 방식이 두드러졌었다. 이에 더불어, 청록을 주조로 반복적인 붓질에 의해 만들어진 적, 청, 황, 백색의 색면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작업의 주된 형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작업에서는 금동향로를 비롯한 모티브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음이 확연해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이전 작업에서는 모티브들과 그 모티브들을 결속하는 색면이나 터치의 역할이 대체로 구분되어 있었음에 비해서, 근작에서는 모티브가 모티브로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 화면 전체를 유기적으로 결속시키는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리즘_72.7×90.9cm_Oil on canvas_2007

 

 

우리리즘_72.7×90.9cm_Oil on canvas_2007

 

 

이렇게 모티브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그려 넣음으로써 겹치고 쌓이고 묻히는 방식은, 몇 가지 점에서 그의 작업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 첫째는, 모티브 또는 이미지가 지니고 있는 서술적 성격이 상당 부분 제거됨으로써 화면은 전통적 모티브를 맑은 고딕으로 삼은 조형적 실험이라는 단선적 선입견을 파기하는 다기적 소통회로의 가능성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제금동향로나 삼족오, 혹은 고구려 고분벽화 속의 수렵기마상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것들로서 대단히 강력한 서술성을 지닌 모티브들이다. 이렇게 강한 이념성을 가진 전통적인 이미지의 차용은 보는 이로하여금 작가가 그 모티브를 빌어, 그리고 그것을 넘어 화면에서 제시하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여타의 조형적 관심사에 대한 결과물들에 온전히 접근하고 읽어내는 것을 방해하고 간과하도록 할 개연성이 많다는 위험성이 늘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우리리즘_97.0×130cm_Oil on canvas_2007

 

 

우리리즘_53.0×45.5cm_Oil on canvas_2007

 

 

하지만 근작들에서 작가는 그러한 이미지들이 무수히 반복하고 겹쳐지도록 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강력한 서술성은 표백되는 동시에 그 견고한 역사적, 문화적 문맥 역시 급격히 헐거워지면서 형식과 내용의 양면에서 신용덕이라는 한 작가의 작업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로 일반화되고 관념화되어 있음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보는 이들을 전통과 현대, 혹은 전통의 현대적 수용과 발전이라는 매우 오래되었으면서도 섣불리 접근하기 불편한 문제를 넘어 조형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과 조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그의 작업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접근하게 하는 또 다른 하나이다.

다시 한 번 근작들을살피자면, 여전히 백제금동향로가 주된 모티브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큰 변화를 이루고 있는 한편으로, 금동향로가 반복된 화면은 대단히 많은 층의 회화적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ㅁ눌론 이전 작품에서도 다양한 색면들에 의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현재의 그것과는 다른 차원과 형식에 있었던 것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리즘_53.0×45.5cm_Oil on canvas_2007

 

 

이렇게 중첩된 향로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은 동일한 이미지이면서도 동시에 그 하나하나가 동일할 수 없는 개별자로서 작가가 화면구성을 위해 들인 노동과 사간의 집적을 상징하고 있다. 이미지 자체가 천 여 백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 앞에 존재하고 있는 시간적, 역사적 존재물이라는 점은 비로소 작가의 반복을 통한 시간의 작업방식을 적극적으로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에 이른다고 볼 것이다.

그 무수히 중첩된 공간 사이사이에 예의 삼족오와 수렵기마상, 그리고 적황흑의 삼신이 구름 사이의 달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그 모티브들은 스스로를 과거 역사ㅓ 속의 무엇으로 읽어달라고 소리내기보다는 '자, 이제 내가 무엇으로 보이고 무엇이 되어 있느냐'라고 묻게 된 듯, 묻고 있는 듯하다. 그보다는 작가가 여러 해 동안 쉽사리 익명화되거나 일반화 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한 역사적, 문화적 상징물인 이들 모티브들을 다루어오면서 터득하게 된 지혜가 드러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너무나도 견고하고 강력한 역사적 맥락의 성벽 앞에서 가장 절실하고 효과적인 무기는, 그 오랜 시간 되풀이되어 왔던 그래서 가장 미더움을 주었던 바로 그 근원으로 되돌아가기라는 점을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서 자신과 우리에게 확인시키고 있다. 이는 이제 다시금 그의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박정구 | 갤러리이안 큐레이터

 

 

우리리즘_227.3×181.5cm_Oil on canvas_2007

 

 

 

 
 

신용덕

 

개인전

2007 한밭도서관, 대전 | 2006 타임월드 갤러리, 대전 /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 2005 타임월드 갤러리, 대전 /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 2004 타임월드 갤러리, 대전 | 2003 타임월드 갤러리, 대전 | 2003 타임월드 갤러리, 대전 | 2001 대덕 갤러리, 대전

단체전

2007 신개념전환전, 대전시청 갤러리, 대전 / 대전예술제,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 한국미술협회회원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 타임월드 갤러리 9주년 기념 초대전, 타임월드 갤러리, 대전 / 신개념전환전, 대덕갤러리, 대전 / 21세기미술 새로운도전전, 안산, 단원 갤러리 / 2005 아시아여성 미술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남부현대미술제, 광주비엔날레, 광주 / 신개념 전환전, 에스닷 갤러리, 대전 / 한집 한그림 걸기, 오원화랑, 대전 / 인사동사람들전, 서울 / 한국적 감성의 모색전, 단원전시관, 안성 / K&P 국제교류전, 필리핀, 국립현대미술관 / 대덕미술의 확산전, 대덕갤러리, 대전 / 2003 한,일 신조류 회화의 위상전, 일본, 주 일본 한국대사관 / 대덕구 청소년 수련관 예술제, 대덕갤러리, 대전 / 대덕 미술작가 초대전, 대덕갤러리, 대전 | 2002 대덕구 청소년수련관예술제, 대덕구청소년수련관, 대전 / 대덕 미술 조망전, 대덕갤러리, 대전 | 2000 남부현대미술제, 구미

현: 한국미술협회, 신개념전환전,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vol. 20070620-신용덕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