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병학 개인展

 

단양사인암_65×47cm

 

 

청주예술의 전당

 

2007. 6.15(금) ▶ 2007. 6.22(금)

오프닝: 2007. 6.16(토) 오후 5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사직1동 755번지  | 043_279_4609

 

 

 

 

사인암인상_48×29cm

 

 

 

傳統의 自己化  

 

-丹靑山水畵를 꿈꾸면서-

 

韓國畵가 우리 화단에 처해 있는 현위치를 어느 정도 감지한 입장에 서서 나는 작가라는 전문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문화의 심층에 있는 어떤 항구성이나 다른 민족이 가지고 있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한국 특유의 정서가 내포된 그림, 즉  한국적인 그림을 그려야 된다는 말에 동의하고 공감한다.

오늘날 현대 미술의 사조 속에서 작가의 인품이나 수양, 작품에서 풍기는 정취나 격조를 감상하게 되는 동양회화보다는 특이한 표현 형식에 의한 각양각색의 감각적 자극을 일으키는 서양회화에 더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동양회화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서양회화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훨씬 많아진 시대이기도 하지만 혹자는 동양회화가 너무 소박하고 담담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심심하게 만든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동양회화는 원래 졸린 것이 아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고 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바뀌어져서 왜곡된 시각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작가로서 이러한 상황이 내가 서 있는 현 위치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나는 현대라는 美名 아래 우리의 전통이 쇠락한 양식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단지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고 낡게 보이는 것이다.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고개를 돌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옛 껍질을 한 번 벗겨내어 새롭게 출발하면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탈피’는  ‘현대’라는 ‘표면’에 묻힌 ‘이면’을 성찰하고 진지한 자세로 반성을 하여 작업을 해 보자는 의미이다. ‘낡은 것’에 대한 ‘새로움’을 추구하는 탈근대적 사유도 인지하지만 지난날을 냉철히 되돌아봄으로써 현대의 이면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반문, 확인하면서 밝게 깨어나아야 새롭게 출발, 전진할 수 있다.

 

 

 

원가계인상_56×45cm

 

 

 

다시 말하면 옛날 것을 복고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회복하자는 의미이고 이는 전 시대를 단순히 던져 버리는 것이 아니고 진지한 반성적 자세가 개입된 회복으로서의 창조를 말한다. 살려낼 것은 살려내면서 다시 그려야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요즈음 미술사조인 포스트모던(Post-modern)도 내가 추구하는 작업과 궤도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본다. 포스트모던을 단순히 현대적 트렌드로 수입하고 적용하는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이쯤에서 진지한 자세로 우리의 근·현대화 과정을 되돌아보자는 개념으로 보고 천지개벽과 같은 새로움이 아니라 되돌아봄을 통한 새로운 창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우리의 전통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살릴 만한 그 어떤 것을 찾아 그것을 오늘의 시각으로 회복시켜 재창조하려는 것이며 이것이 나의 작업방향이고 내가 그림 그리는 뜻이 여기에 있다.

이와같은 생각을 토대로 나는 산수화를 그린다. 산수화에는 한국 전통회화에서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남종산수화, 북종산수화, 진경산수화, 사경산수화, 실경산수화 등 여러 가지 명칭이 있다. 산수화는 고상하고 오묘한 자연의 조화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화가의 인품이나 수양 정도를 풍기도록 하여 정취와 격조가 고일하여야 된다는 선비. 高士의 가치관에 걸맞은 것으로서 의미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경을 사경하는 것은 오히려 속된 그림으로 얕보이기도 하였다. 겸재 정선은 금강산을  비롯한 한국 여러 곳의 실경을 직접 사경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다. 사경에 의한 실경산수화가 폄하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날 겸재의 산수화는 진경산수화란 이름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의 조형정신은 당시의 전통에서 살릴 것은 살리면서도 사경에 의하여 眞한 境界를 창조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한국화의 종주의 위치에 서서 한국적인 그림을 대변하고 있다.

 

 

장가계인상_58×53cm

 

 

 

나는 겸재의 조형정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내 그림의 밑맑은 고딕으로 삼아 왔다. 대체로 나의 그림은 현장에서 스케치하여 일단 눈에 익힌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전개하거나 여러 장면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변경. 압축하여 내 마음속의 풍경으로 용해시킨 다음 나의 손끝에서 재창조하여 관객에게 제공된다. 그려진 장소와 경치는 관객의 입장에서 그곳이 어떤 지역, 어떤 장소, 어떤 분위기를 그렸는지 될 수 있는 한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린다. 그러나 그곳을 서양화식 사실적 시각으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그곳에 가 본 경험을 되살리며 즐거운 추억이 담긴 경치가 마음속에서 되살아 날 수 있도록 그곳의 인상을 그리는 것이다. 관중은 그곳이 현실 속과 똑같은 장면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 경치에서 누렸던 추억을 상기하며 어떤 기쁨을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은 우리의 전통산수화에 표현된 이상향, 향토색 짙은 서정성 같은 그런 세계를 성찰하고 그것을 나의 작품세계에 회복시키려는 의도이며 이것이 나의 畵意이다. 아름답다고 기대. 상상되는 경치를 찾기 위해 나는 여행을 떠난다. 경치를 보는 것은 시각만의 즐거움이 아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바람소리를 듣고 흘러가는 물소리에서 상쾌함을 맛본다. 산허리에 걸려 있는 안개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붉은 소나무와 짙푸른 녹음, 그리고 낙엽을 밟는 소리에 환희를 느낀다.

마음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한다면 그것은 혼을 표현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아마도 우리에게 영혼이 있다면 이 영혼은 삶의 희열과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감각적 실체일 것이다. 예술작품이 영혼의 울림이라 한다면 그 울림의 표현은 감정. 감각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나는 자연에서 느낀 여러 가지 감정을 빨강색, 녹색 등 강한 원색으로 표현하여 나의 혼을 담는다.

 

 

 

장가계인상_65×48cm

 

 

 

채색의 용어로 착색, 설채, 진채, 청록, 금벽, 단청 등 시대마다 조금씩 다르게 사용한다. 흔히 사찰에 장엄된 색을 丹靑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래 색깔 있는 그림을 통칭하여 단청이라고도 불렀다. 丹靑은 이미 한국적 색채로 널리 인지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민속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단청에 드리워진 민속적 표피를 벗기고 그 속에 들어있는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내가 주로 쓰는 색채는 빨강색, 녹색, 황토색, 흰색, 검정색 등 흔히 오방색으로 지칭되는 단청색이다. 특히 빨강색을 즐겨 강조하는데 한국 산하에서 느껴지는 환희의 마음을 나는 빨강색으로 대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빨강색은 천상계를 물들이고 있는 환희의 색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화면을 붉게 물들인다. 그동안 나는 단청을 나의 그림에 차용하여 왔지만 이제부터는 나의 그림을 ‘丹靑山水畵’라고 명명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넓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청이란 어휘를 내 그림의 표상으로 삼자니 다소 생뚱맞기는 하다. 그러나 먼 장래 우리 회화계에서 귀에 익숙한 말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지속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것이다. 한국산수화는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들과는 다른 어딘지 소슬한 맛이 나면서도 인간미가 풍기는 정취가 있다고 한다. 기법이 뛰어난 중국산수화나, 철저하게 장식적이고 섬세한 일본화와는 완연히 다른 우리의 특색이 표상되어 있는 그러한 작품을 나는 그리고 싶다. 그리고 ‘丹靑山水畵’라는 꿈을 꾸면서 한국화가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城山 洪 炳 學 | 2007. 6

 

 
 

 

城山 홍병학

개인전

1979미도파화랑 (서울) | 1983청탑화랑 (청주) | 1985아랍문화회관 (서울)| 1990국립청주박물관 (청주) | 1991롯데갤러리 (서울) | 1992상량예문센터 (日本) | 1994창갤러리 (청주) | 1994주불한국문화원 (파리) | 2003갤러리가마터 (양평) | 2004청주예술의전당 (청주) | 2005서울예술의전당 (서울) | 2006Art Daejeon 06 (대전시립미술관) | 2007청주예술의전당 (청주) | 2007NAFF2007, (일본, 기타큐슈)

단체전

1979~2007춘추회전 출품 | 1984~2007충북미술대전 초대작가전 출품| 1984~2007청주미협전 출품 | 2001~2003동양화 새천년전 출품 (공평아트센타) | 2000한·불 문화교류 유사성과 이질성전 출품 | (프랑스 라데팡스 그랑아쉬 미술전시장) | 2001프랑스 국립미술협회(S.N.B.A) 2001 saloon전 출품 | (파리 루불박물관) | 2003한국색의 발현전 출품 (동경 아트스페이스) | 2005한국화 이시대의 지평전 (갤러리타블로) | 2006한국미술 120인 마음전 (세종문화회관) | 기타 국내외 단체전 수백회 출품

현재 : 국립충북대학교 미술과 교수 | 한국미술협회, 춘추회, 채묵회 회원

e-mail : koreaartshop@hanmail.net

 

 
 

vol. 20070615-홍병학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