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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정 개인展
환상-존재_130×162.5cm_oil on canvas_2007
노암 갤러리
2007. 4. 25(수) ▶ 2007. 5. 1(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33 | 02_720_2235
환상-존재_91×116.5cm_oil on canvas_2007
자연과 인간이 통합된‘환타지 회화’
김재권 | 조형예술학박사/미술이론 작가 박라정은 환타지(환상)기법을 그의 회화작업에 도입하여 이른바 “환타지회화(Fantage Picture)세계를 개척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대상을 단순히 정신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특정 부분을 누드 형태로 부각시키고 그 주변에 장미라든가 코스모스와 같은 꽃, 나비, 새, 수풀, 물고기, 조개껍질, 그리고 해초 등과 같은 자연적 대상들을 왜곡하거나 변형하여 초현실 회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환상적 기법으로 결합시킴으로써 기쁨과 슬픔, 고통과 번민, 왜곡과 편견을 공간적 상황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얼핏 보면 그의 작품들은 슈르리얼리즘적 회화양식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슈르리얼리즘 회화가 오토매티즘이라는 무의식을 통해서 대상을 변형하거나 왜곡하는 표현인데 반하여, 박라정의 작품은 인체라는 대상에 연상 작용으로 통합된 기호를 만들기 위하여 자연요소를 변형하거나 왜곡시킨 이미지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예를 들어 누드화(化)된 인체 주변에 수풀을 그리고 수풀의 끝 부분을 사람의 손처럼 처리함으로써 인간의 손이 수풀형태를 빌어 마치 바람결에 흔들리는 수풀이 인체를 어루만지듯 하는 공간을 연출한다거나, 물속에 드리워진 인체 주위를 입술 모양으로 창조된 어패류들이 헤엄치는 이미지들은 인체와 자연요소들을 통합하기 위한 연상 작용으로서의 은유적 표현들이라고 할 수 있다.
환상-존재_116.5×91cm_oil on canvas_2007
박라정의 회화에 나타나는 환상적 표현은 하나의 대상이 다른 대상을 은유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 이것은 수직적 통합이 아닌 수평적 통합으로, 인체와 자연이라는 각각 다른 요소를 지닌 2항적 이미지를 환상적 기법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특히 조개껍질 두개를 양옆으로 벌려 나비모양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그 주변에 푸른 장미들을 산재(散在)시킨 작품에서 연상 작용으로서의 이러한 은유적인 환상표현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그의 작품에 나타난 이미지들은 신비한 초자연의 세계에서 펼쳐지는‘환상파티’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한 유토피아적인 욕망을 구성하면서 언어가 불가능한 영영으로까지 우리를 인도한다, 그러나 환상요소들은 상징과 사실 사이에 성립되는 것으로, 그의 이미지들은 상징적 그물 속에 말려들어가 있다. 이 그물들은 이미지들을 조작하고 결합하여 그들의 관계를 재구성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는 이미지들의 대립적 병치를 통해 기호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상 작용에 의해 이미지를 재통합함으로써 기호를 만들어 간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박라정의 회화세계는 대립을 통해서 기호를 만들어가는 구조주의적 방식과도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을‘환타지회화’라고 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갖추고 있다.
환상-존재_60.5×72.3cm_oil on canvas_2007
그러면 여기서 박라정의 회화적 이미지들이 어떤 상황으로 ‘상징의 그물’속에 들어가 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로즈매리 잭슨 (Rosemery Jackson)은 그의 「환상의 모순어법」에서 “시선에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익숙한 지식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 환상이라면 환상은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며, 현실은 오히려 환상에 의해 가시화 된다.”라고 했다. 그의 작품에서 입술모양으로 창조된 어패류나 수풀 속 풀잎 끌에 달린 손 같은 상징들은 시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트리면서 공간적 상황과 프로세스를 가시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환상적 화폭을 통해 우리는 그 ‘상징의 그물’속에서 자유롭다가도 오히려 현실이 억압한 무의식적 상황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내게 된다. 즉 우리는 그가 꿈꾸는 세계를 보면서 그 꿈을 가능하지 않게 한, 동시에 가능하게 한(즉 환상을 탄생시킨) 현실을 탐색하게 되는 것이다.
환상-존재_60.5×72.5cm_oil on canvas_2007
그러나 젊은 작가 박라정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들 모두가 이러한 상징의 그물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상징적 그물 속에 들어가 있는 독립된 이미지(수풀형태의 손, 입술모양을 한 어패류)외에 ?상징과 이미지의 결합(인체의 표면에 그려진 입술들이 물고기 형태로 전환되는 프로세스) ?단순이미지들의 은유적 결합(누드와 그것의 문신처럼 느껴지는 꽃, 누드와 그것을 절벽삼아 나는 새들의 결합) ?이미지의 연상 작용에 의한 은유적 표현(조개껍질을 나비형태로 재구성)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작품세계가 좀더 논리적인 일관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상징을 통해 좀 더 사실적으로 이미미지를 통합하는 방식을 권유하고 싶다. 왜냐하면 진정한 환상은 상징과 사실 사이에서 탄생되는 것으로, 상징과 모호한 이미지들은 환상 공간에서는 등가(等價)적인 기호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본격적인 ‘환타지회화’가 부재하는 현 한국적 상황에서 박라정의 이러한 ‘환타지회화’의 출현은 한국회화계에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로서의 그의 노력이 계속되는 한, 그의 ‘환타지회화’는 한국미술의 또 다른 얼굴로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소나타-유혹_45.5×38cm_oil on canvas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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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070425-박라정 개인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