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개인展

 

소통 - 오랜 편지

 

 

 

목인 갤러리

 

2007. 4. 25(수) ▶ 2007. 5. 1(화)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82 | 02_722_5066

 

 

오랜 편지-소통의 부재를 역설하는 시뮬라크르

오랜 편지의 함의는 무엇이며, 어떠한 미적 기호를 전달 하고자 함일까? 전통적인 한국의 색의 맑은 고딕에 쓰여진 오랜 편지들은 정형적인 한글서간의 모습을 띠고 있으나, 자음, 모음으로 해체되어 있거나 분절되어 한 단어나 문장으로 읽어 내릴 수 없는 완성되지 못한 기호를 보여주고 있고, 이는 소통됨보다는 소통의 부재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화한 기호들은 사실은 근원적으로 절절한 소통에의 “그리움”을 전달하고자 함이다. 포스트모던적인 의미에서의 소통의 단절은 이미 일상화된 현상이며, 소통의 다양한 도구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이 단절현상은 내재화되어, 소통에의 그리움은 무의식적인 심리상태로 숨어있다.  

 

 

소통-오배자색편지lll _장지, 분채, 자연염료, 먹, 콩즙_40×90cm_2007

 

 

작품에서 일관되게 사용된 전통적인 한국의 색의 맑은 고딕에 쓴 편지들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문화적 심상을 지속시키고 간절히 소통을 원하며 써 내려온 편지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요, 또 오랫동안 서로 같은 문자로 써 왔으나 의미를 읽을 수 없는 편지들은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는 오늘날의 문제이며, 아울러 한국의 전통색들은 서구화되고 있는 색들에 밀려 옛날의 색으로 잊혀져 가고 있는 소외의 문제를 함께 다루어 크게는 전통과 현대간의 문제로서 소통의 부재를 담은 편지로 해석된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오랜 편지는 소통과 불통의 양면성을 함께 가진 현실을 상징하고 있다. 문화의 정체성에서든, 사회정치적인 상황에서든, 개인적인 이유에서든 불통으로 야기된 막혀있음을 함유하는 형식으로 소통에의 희망을 품어내어야 할 당위성을 회화적인 상징성으로 표현 하고자 하였다. 이 편지들은 문화적으로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편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한국의 특수상황에서 소통을 그리워하며 보여주는 오랜 분단의 편지로 해석도 가능하며,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소통함으로써 이해와 교류가 가능한 편지로도 인식 될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의 편지는 읽혀져서 내재화 되는 것이 아닌 회화적으로 “보여져서” 그 함유의 뜻이 외연화 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작가와 관람자 사이의 현대회화의 커다란 벽인 인지적인 불통을, 소통으로 변환 할 수 있다면, 이 보여지는 편지도 소통의 기호로서의 예술의 기능적인 역할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소통-쪽색편지ㅣ_장지, 분채, 자연염료, 먹, 콩즙, 주사_30×30cm_2007

 

 

한국의 색- 오정색과 오간색, 소색과 쪽색

 

따라서 이 보여지는 편지를 어떻게 그려내는가 하는 것은 방법상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한국의 전통색의 사용은 한국의 오랜 편지의 미감을 표현하는데 필수적이다. 전통색의 기본색인 오정색. 오간색의 열가지의 색과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 대표색인 소색과 쪽색의 총12가지의 색이 사용되었다.

오색은 동북아시아에 널리 보급된 음양오행설과 연계된 우주관과 가치관이 함유된 관념의 색이다. 이번 전시의 모든 작품들은 티베트. 중국. 일본의 오색과 구별되는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오색을 사용하여, 색채의식에서 나온 독특한 미감을 살리고자 하였다.  

정색의 5가지 색은 청(동). 적(남) 황(중앙). 백(서). 흑(북)색이며 방위를 나타낸다 하여 흔히 오방색으로 알려져 왔다. 청(靑)색은 나무(木)를 상징하며 봄을 나타내며 성장과 풍성함을 의미한다. 적(赤)색은 불(火)을 상징하며 여름을 나타내며 양기가 왕성함과 벽사의 기능을 가진 힘의 상징이다. 황(黃)색은 흙(土)을 상징하며 모든 색의 근원으로 숭상받는 신성한 색이다. 백(白)색은 금속(金)을 상징하며 가을을 나타내며 순수와 도의의 표상이다. 흑(黑)색은 물(水)을 상징하며 겨울을 나타내며 어두움을 의미하며 음기의 색이다. 

간색으로는 녹. 홍. 유황. 벽. 자색의 다섯 가지 색이 있어 상극되는 정색과 정색의 혼합 색으로서 공존했다. 즉 녹(綠)색은 청황색으로 동방의 간색이고, 홍(紅)색은 적백색으로 남방의 간색이고, 유황(硫黃)색은 황흑색으로 중앙의 간색이고, 벽(碧)색은 청백색으로 서방의 간색이고, 자(紫)색은 적흑색으로 북방의 간색이다. 

소(素)색은 흴 소로 이때의 흰색이란 색채로서의 흰색이 아니라 맑은 고딕이 되는 색이라는 의미이다. 흔히 우리민족을 백의민족이라 했는데 백의란 소색의 의복을 말한다. 색이 없는 그대로의 원색으로 소색은 무색이며 자연의 색이며 빛의 색이다. 조선조 유교의 사고방식과 더불어 더욱 선호되었고 오늘날 상례시 소복의 색으로도 계속 남아 있다.

쪽색은 소색과 더불어 가장 선호해온 색으로 쪽빛이란 영원한 하늘의 색이고 청결과 심원. 성실. 창조와 발전을 의미하며 세속을 떠난 이상적인 인간상을 염원하는 색이다. 쪽색은 고려시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귀했던 탓으로 조선말에 와서야 대중화 되었다.  

 

 

소통-황색편지ㅣ_장지, 분채, 자연염료, 먹, 콩즙_45×53cm_2007

 

 

기법적으로 순조선닥으로 만든 무표백 삼합장지에 자연염료 (오배자, 소목, 홍화, 오리, 치자, 정향, 호두, 쑥, 쪽)를 칠하고 그 위에 분채를 40~50번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장지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전달되지 못하고, 오래 간직되어 현재적인 의미를 상실한 오랜 편지임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회화적인 면에서 이런 장지 기법은 회화의 모티프로 현대의 여러 의미로서의 소통의 단절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소통에의 간절한 그리움을 겹겹이 쌓이는 색조의 변화에서 그 상징성과 실질적인 의미를 보여 주는데 기여 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그런 의미에서 오랜 편지는 이번 작품전시회의 주제인 소통의 시뮤라르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화가 이영희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화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로서 2000년이후 4회의 개인전을 열고 공모전에서 다수 입선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첫개인전이래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한국의 색에 주력하여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 제5회 개인전에서도 역시 서구화로 겉포장된 우리의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아직은 생생히 공유되고 있는  한국의 고유색을 찾아내는 작업과 더불어 언어도 무의식을 품고 있는 정체성의 기표로 보아 색과 글자와의 조형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영희

개인전

2007.4   제5회개인전 <소통-오랜편지> (서울, 목인갤러리) | 2006.5   제4회개인전 <역사의 창> (미국 Sandiego, CJ Gallery) | 2005.12  제3회개인전 <역사의 창> (일본 동경, 한국문화원) | 2005.3   제2회개인전 <의식의 창> (미국 L.A, Jim Harter Gallery) | 2004.10  제1회개인전 <의식의 창> (서울, 공화랑)

단체전

2007 중앙한국화대전 (서울, 세종문화회관미술관) | 2006 한중교류전 (중국 북경, 중앙미술대학원) | 중원전 (서울, 공평아트센타) | 2005 오사카국제미술대제전 (일본 오사카, A.T.C전시장) | 이질과 동질전 (일본 동경, 중화갤러리) | KPAM미술제 (서울, 예술의 전당미술관) | 현대미술작가총서전 (서울, 세종문화회관미술관) | 아름다운 만남전 (서울, 시립미술관경희궁분관) | 2003 한일신조류회화의 위상전 (일본  동경, 한국문화원) | 현대미술패러다임전 (서울, 갤러리 녹색공간) | 현대회화의 이미지전 (서울, 조형갤러리) | 전국우수수상작가전 (서울,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 한국.필리핀멀티그룹쇼 (필리핀 마닐라, 닝엔젤스미술관) | 2002 오월의 축제전 (서울, 이형갤러리) | 한국.캐나다대륙을 향한 발언전 (캐나다 뱅쿠버, 팬듈럼갤러리)

 

현재 :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창미회 회원

 
 

vol. 20070425-이영희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