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성명 초대展
- 그림자를 삼키다 -
선 컨템포러리
2007. 2. 21(수) ▶ 2007. 3. 11(일) 오프닝 : 2007. 2.23(금) 오후 5시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 02_720_5789
- 그림자를 삼키다 -
천성명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고 흔한 상황과 동작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보여주는 작가이다. 그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행위들을 그만의 이야기 구조 속으로 끌어들여 생경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가 만드는 인간의 형상은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회색조의 피부와 옷을 입고 있으며 매우 세심하게 묘사된 작가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인물상들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일련의 전시들을 거치며 마치 TV 미니시리즈 드라마처럼 작가 자신의 일관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왔다. 우리는 그가 미묘하게 암시와 복선을 장치한 우화 같은 이야기 속에서, 몽환적인 연극 무대처럼 설치한 작품 속을 거닐면서 무의식 속에 방치했던 기억들을 끄집어 내게 된다. 그는 연극적이고 문학적인 요소를 작품 속에서 심어 넣으며 연이은 전시를 통해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의 여정을 지속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가 2007년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상처’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가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력에 의해 받게 되는 물리적인 것이던지, 사람 간의 시기심이나 경쟁심, 그리고 그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말에 의한 정신적인 것이던지 상처를 치유함은 전적으로 상처 받은 사람의 몫으로 남게 되기 마련이다. 상처 받은 자는 아파하면서 살아가지만 누구나 빨리 그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 주제인 ‘상처’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전체를 아우르는 정서적인 분위기는 슬픔과 우울함, 아이러니가 짙게 베여있지만, 역설적으로 다시 건강해지기를, 홀로서기를,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마음을 담아내는 전시가 될 것이다.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기 위해서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 밝은 곳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더 적극적인 치유의 방법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번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의 전시는 연극적인 플롯을 갖는 3부작 개인전 시리즈의 시작이 될 것이다. 각각의 전시는 사건이 발생하는 시간대와 그 때 일어난 사건이 야기한 각각 다른 상황의 묘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의 전시가 정오 시간대, 다음 2부에 해당하는 전시가 저녁, 3부 전시가 동이 트기 전 새벽 시간대에 벌어진 몽환적인 일과 그 주변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연작 전시의 첫 번째인 이번 전시의 이야기 흐름은 다음과 같다. 한 소년이 어느 날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구정물이 고여 있는 늪과 같은 웅덩이를 만나게 된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다가 일종의 차원이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 소년은 바로 갤러리 2층 전시실에 앉아 있게 될 흰색 버전의 거대한 인물상이다. 이 소년의 무릎 아래 다리 부분은 1층 전시실 가운데 거대한 기념비를 올려놓는 좌대형 구조물 위에 놓여 있게 된다. 이 흰색 소년 상의 인물의 나눠진 다리와 그 윗부분은 1층 천정, 2층 바닥이 사이에 있는 체로 서로 연결된다.
1층 전시실 입구에는 손에 물고기 모양 풍경을 든 어린 소녀가 문 밖에 서 있다. 1층 전시실 다리 조각상 앞에서 이인동체의 샴 쌍둥이 중 하나가 다른 형제를 칼로 상처를 주고 협박하면서 고통을 준다. 다른 한 쪽 벽을 마주보고 새를 뒤집어 쓴 소년이 말없이 서 있다. 이 소년은 공간을 넘나들며 존재하는데, 각 전시실 4곳에 한 명씩 벽을 마주하고 서 있게 된다.
건물 2층으로 돌아들어가면 소년 조각상의 등이 마치 거대한 흰 암벽처럼 보인다. 공간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이 소년은 목에 밧줄이 감겨져 있다. 1층 입구의 풍경을 들고 서 있는 소녀보다 조금 큰 같은 인물이 등 뒤에서 풍경을 흔들고 노려보고 있다. 옆으로 돌아 정면으로 가면 물고기를 뒤집어 쓴 소년이 마주하고 앉아 있다. 역시 한 쪽의 벽을 마주보고 새를 뒤집어 쓴 소년이 서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한 작은 소년(거대한 인물과 같은)이 밧줄을 힘껏 끌어 당기고 있다. 바로 2층 소년의 목에 감긴 밧줄이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죽이려 하는 모습이다. 새소년은 여기에도 역시 그곳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지하 전시실로 들어서면 이 전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상처’ 버전 인물들이 유령처럼 우두커니 모여서 있다. 협박 당하던(협박하던) 샴 쌍둥이 형제와 물고기를 벗어 던진 소년, 끈을 잡아당기는 아이, 큰 인물의 축소판 상처버전 아이. 이렇게 여러 ‘상처’ 받은 인물들이 마치 연극의 엔딩 장면 또는 가족 사진 찍기 위해 모이는 그룹 포즈로 희미한 조명 아래 모여 있다. 새를 뒤집어 쓴 소년과 풍경을 든 소녀는 다음 전시로 이어지는 캐릭터라고 한다. 아직은 밝힐 수 없는 작가만의 복선을 깔고 있는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다. 여기서 물고기는 불교적 상징으로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유일한 존재로서 항상 정신이 깨어 있음을 말한다.
최흥철 |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디렉터
|
|||
|
|||
vol.20070221-천성명 초대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