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 개인展

 

- 人工樂園 / The Artificial Paradise -

 

The New Castle 1 140x140x230(h) Grout Casting, Granite 2004

 

 

대안공간 루프

 

2006. 5. 4(목) ▶ 2006. 5. 30(화)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 지하 | 02-3141-1377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송은문화재단, (주)아라리오 산업개발

 

 

The New Castle 2 120x120x230(h) Grout Casting, Granite 2004

 

 

■ 사람과 문명, 공간, 건축, 그리고 소외: 감각의 디지털 시대에 공허한 회색도시

 

김상균에 의해 선별된 건물의 단면은 국외에서 수입된 양식style이 반성 없이 국내 건물의 파사드에 수입되고 반영된 경우들이다.  이점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시간성과 장소성이 배제된 소중한 가치가 상실된 곳임을 일깨운다. 레비스트로스는 미술에서 정밀한 묘사의 매력은 감각적인 세계의 덧없고 불가해한 측면들과 그런 측면들을 재구성하여 고정시킬 수 것은 기술적인 절차들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김상균은 축소모델을 통해 또다른 상징적인 세계들을 창조한다. 이러한 구조적 모사를 통해 작가들은 일상세계의 구조들의 명백한 예정을 교묘히 벗어나는 게임에 몰두한다.

 

■ 서울에 만연한 국적 불명, 혼성적인 건물들

 

서울이라는 도시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꿈은  김상균의 작품 속 도시 건축물의 외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국적 없는 건축물은 이것이 우리의 일상임을 환기시킨다. 국외에서 수입된 스타일의 건물들은 도시에 만연해 있고 도시민은 별 탈 없이 수용하고 소비하는 절차를 밟는다. 서울은 문화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생성하기 보다는 기능적이고 한시적인 유행과 자본의 양에 쫓기어 이루어진 혼성(hybrid)이라는 중성적 풍경을 이루고 있다. 그는 그러한 혼성의 반복으로 정체성을 잃어버린 우리의 도시,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는 이 시대의 공간을 그린다.

 

 

The New Castle 2005-1 301x36.5x98(h) Grout Casting 2005

 

 

The New Castle 2005-2 250x185x495(h) Grout Casting 2005

 

 

■ 시멘트 건축물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의 구조를 재현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서울의 일상 속 건물을 촬영한 후, 컴퓨터 작업으로 설계 작도 및 모형 제작, 그리고 철근 삽입과 주형 제작을 통해, 최종적으로 본래의 건물 원형보다 작게 축조된 건물(의 일부)의 모형을 얻는다. 여기서 얻어진 축소된 건물 모형은 특정 건물의 전체가 아니라 특정 건물에서 제각각 따온 건물의 일부이며, 이들이 조합하여 하나의 작품을 구현한다.

 

 

The New Castle 2005-2 Side view Grout Casting 2005

 

 

■ 작가 Statement

문명의 꿈과 욕망이 투사된 조각적 모뉴먼트

나는 서울과 수도권을 돌아다니며, 건물들을 관찰한다. 그것은 내가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나의 환경을 이루는 공간으로, 나의 시야를 채우는 풍경으로 자리 잡아왔기 때문인 것이다. 내가 조각(彫刻)을 시작하면서, 그러한 나의 일상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작업의 주요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더욱 열심히 그들의 내부와 앞면, 뒷면, 그리고, 공사 중인 과정들까지도 관찰하곤 하였다.

나는 그들을 사진기에 이미지로 담아, 작업실로 가지고 오면서, 나의 조각적 再現들을 시작한다. 설계도를 그리고, 모형을 제작하고, 철근을 두르고, 시멘트를 붓는다. 도시의 한 복판에서 다른 이들이 무리지어 하듯이, 내가 그들이 되어 나의 작업실을 채운다. 그리고 상상력을 통하여 마치 유영(遊泳)을 하듯이 그 안을 걷는다.

한, 두개의 구조물에서 여러 개, 혹은 수십 개에 건물들에 이르기까지, 나의 작품들은 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나는 서울이라는,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이 무질서하게도 참으로 많은 것들을 꿈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것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보편적이고 끊임없는 욕망의 실체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면서...

 

 

The New Castle 2005-2 Details Grout Casting 2005

 

 

많은 사람들이 건축은 인간집합의 공간형식으로 그 구조와 형태 그리고 Material등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계되어진다고 말한다.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또는 환경의 조건에 따라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의 공간을 꾸미며, 짓고, 가꾸고, 이를 유지시키고 있다. 특히 문명과 자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은 용납되는 듯 보여 졌다. 하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사가 우리의 공간에 의해 함몰되어지는 풍경을 보게 되었다. 문명과 자본의 이기는 우리스스로에게도 무감각과 정체성에 대한 망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습관처럼 때가 되면 마냥 올라가는 도시의 마천루들이 우리에게 그리도 기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의 작품은 이와 같은 우리의 풍경을 반영하게 된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풍경을 사람이 스스로 감상하고 자위하는 모양이 왠지 어설픈 우리들의 초상인 듯 하다.

한 개의 Unit이 서로 연결되어 구조를 이루고 한포 한포의 시멘트들이 쌓여져 도시를 만들어 나아가는 과정과 그 강력하고 폭력적인 체험을 나의 작업에서 내 스스로도 느끼게 된다. 나는 내가 만드는 풍경 안에서 강한 부재의 무엇을 유도한다. 오히려 기능성을 배제한 나의 풍경들은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물을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The Landscape 2005-1 120x120x65(h) Details Grout Casting 2005

 

 

■ 회색의 빈 콘크리트 도시에 서서 꾸는 꿈 - 파라다이스

루프 책임 큐레이터 신보슬

거대한 회색의 시멘트 덩어리, 근원을 알 수 없는 각종 건축양식들이 포개지고, 겹쳐지면서 만들어내는 우울한 도시. 김상균은 그런 회색 시멘트로 만들어진 건물들의 도시를 가져와 ‘인공낙원’이라 명명하였다.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분위기를 닮은 도시 풍경. 시간과 공간의 지평을 짚을 수 없는 알 수 없는 곳. 김상균은 그 도시 한 켠에 서서 관객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곳, 작가가 서 있는 그 곳이 우리가 꿈꾸며 만들어온 ‘낙원(paradise)’이 맞느냐고. 당신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냐고.

사실 그의 도시는 전혀 낙원을 닮아 있지 않다. 그의 도시는 태생부터 낙원을 닮을 수가 없었다. 산업화의 산물인 콘크리트 덩어리를 소재로 해서 만들어낸 풀 한포기, 꽃 한송이 없는 회색의 도시 안에서 어떻게 파라다이스를 꿈꿀 수 있겠는가. 아니, 낙원을 닮지 않았기에, 우리가 낙원이라 믿고 서 있는 이곳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공낙원>의 스산한 외로움 때문에, 작품을 보면 볼수록 낙원에 대한 갈망이 더해만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과연 어떤 파라다이스를 꿈꾸고 있었던 것일까. 광고에서 말하듯 집이 주인을 알아보는, 사람을 위한 생태적 공간이라 불리는 어고노믹스 디자인(Ergonomics Design)으로 만들어진 주거환경? 아니면 로봇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미래형 도시? 그것도 아니라면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쫓겨났던 에덴? 인간은 기술과 문명을 발전시켜오면서 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라던가 또는 인간을 위해서 라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이 도시가 우리가 꿈꿔왔던 파라다이스라는 것인가. 김상균은 과감히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필자 역시 그의 목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본다.

 

 

The New Castle  -Dreams1 Installation 200x30x85(h) Grout Casting 2006

 

 

도시는 특히, 서울 혹은 뉴욕과 같은 대도시들은 언뜻 독특한 개성을 가진 듯 보이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역시 뚜렷한 성격을 가진 것 같다. 모든 것이 급격하게 돌아가는 발전의 중추에 있는 도시들에는 어떤 강한 에너지가 샘솟는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도시 자체에, 혹은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 자체에 더 다가서 보면, 어딘지 모를 공허함에 숨이 ‘탁!’ 막혀버린다. 김상균의 <인공낙원>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겉보기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는 공간(도시) 그 이면에 숨겨진 비어있음의 지점. 지나친 다양성과 지나친 화려함의 이면의 익명적 몰개성적인 정체불명의 상황.

그러나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가타부타 직설적으로 말하거나 결론짓지 않는다. 오히려 의도적이라 싶을 정도로 냉담하게 무심한 시선을 던진다. 그런데 바로 그런 냉담함은 묘하게도 관객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작품과 대화하게 만든다. 물론 그 대화는 작품으로부터 시작된다. 먼저 그의 회색도시가 하나의 전체적인 인상으로 관객에게 닿으면, 관객은 <인공낙원>이라는 제목과 작품 사이의 불일치에 당황한다. 상식적인 수준의 의미가 제대로 지칭되지 않는 순간, 관객은 작가가 작품을 위치시킨 맥락을 읽어보려 노력한다. 그 과정 속에서 관객은 끊임없이 ‘낙원’에 대해, ‘인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첫 번째 상호작용이 끝나고 나면, 관객의 시선은 도시의 표면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건물들의 파사드들로 옮겨 간다. 미술사에서 보았을 만한 모든 양식이 다 있는 듯,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다양한 양식의 건물 외관들이 있지만, 그것을 만들어낸 회색의 콘크리트 물성은 일순간 다양성을 소진시켜버리고, 하나의 밋밋한 층을 드려내 보여준다. 그 순간 도시라는 혹은 파라다이스라는 단어가 가진 생생한 에너지와 생동감 역시 적나라하게 박제화 되어 버린다. 그리고 다시 작품의 세부가 어느 정도 눈에 익숙해질 무렵, 작품은 다시 하나의 거대한 무대처럼 관객에게 다가선다. 하지만 그 무대는 관객에게 보이는 화려한 무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무대를 지탱하고 있는 각목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무대 뒤의 무대이다. 실재한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속임수였다는 설정의 <트루먼 쇼>에서처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화려한 도시가 사실은 이렇게 텅 비고, 아무것도 없는 쓸쓸하고 외로운 곳이라는 듯 그렇게 관객에게 다가선다. 하나의 물음을 던지는가하면, 재빨리 다른 층위를 열어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계속해서 다양한 층위를 오가면서 생각을 펼쳐나갈 수 있게 하는 <인공낙원>은 어쩌면 현란한 테크놀로지로 무장된 그 어떤 상호작용적 미디어아트 보다도 훨씬 더 상호작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The New Castle 2006-1 720x166x182(h) Grout Casting 2006

 

 

어떻게 딱딱한 시멘트 덩어리로부터 어떻게 이 같은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을까. 그것은 무덤덤한 시멘트 덩어리가 그의 <인공낙원>으로 들어선 순간, 시멘트 덩어리는 그저 그런 시멘트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도시의 외형에 대해서 살펴왔다. 그리고 사람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환경과 건물, 도시 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환경이 오히려 사람을 압도하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빈곤하게 만드는 상황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그의 관심이 가장 인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작가의 ‘도시’로 형상화된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쉽고 편하게 갈 수도 있었을 법도 한데, 김상균은 미련하게 에둘러간다 싶을 정도로 매체와 싸워가며 천천히 지루한 과정을 밟아갔다. 디지털 드로잉을 거쳐, 그것을 조합하고, 결합해 본 후, 모형을 만들고, 모형에 따라 철근을 두르고, 시멘트를 붓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창조자의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긴장하며, 지구력을 가지고 자신의 ‘인공낙원’을 ‘건축’했다. 비록 시간이나 생각이라는 것이 직접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다루는 매체에는 그가 쏟은 시간과 생각이 옹글게 맺어나는 법이기 때문에, 관객은 <인공낙원>속에서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김상균은 관객에게 어떻게 말을 걸고, 어떻게 작품으로 관객과 대화하는지를 아는 작가다. 그래서 낙원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낙원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고, 무겁고 우울한 매체에 진지한 생각을 담아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모든 과정이 전자레인지에 인스턴트 음식을 데우는 식으로 그렇게 쉽게 빨리 이루어질 수 없음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도 조급하게 그의 이야기를 읽으려고 덤비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그의 <인공낙원>의 회색 콘크리트 한 켠에 서서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그래서 계속 꿈꿀 수밖에 없는 곳, - 파라다이스를 또 한번 꿈꿔볼 뿐이다.

 

 

 

 
 

■ 김상균

2002  뉴욕주립대학 대학원 졸업 (조소전공)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New Paltz | 1996 서울대 대학원 졸업 (조소전공) | 198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 개인전

2006  “人工樂園” - 대안공간 LOOP, 서울 - | 2003  “풍경 2003” - 공평아트센타, 서울 - | 2001  "Daydreaming" - Samuel Dorsky Museum of Art, New York - | 2001  "The animals in seven inch squares" -Elizabeth B. McGraw arts Center, New Jersery-

■ 그룹전

2006  "Foresight"展 -오프라갤러리,서울- | 2005  05조각그룹기획초대전 -갤러리아지오,경기도 양평- | 05 The First Breathing 展 -서울시립대학교 미술관- | 쌍쌍 Pairs  -문예진흥원 마로니에 미술관- | 창동-고양 미술창작스튜디오 공동 워크숍 2005 -창동,고양스튜디오- | 黃山記行전  -국민아트갤러리- | 문학적 감수성으로 접근한 조각 -평택호미술관- | 포천현대미술제/Power artists전 -포천반월아트홀전시관- | 한국사의 기억-그리고 작가의 눈 -인사갤러리- | '광복60주년기념,한국미술의 오늘과 미래'-목암미술관,경기도- | 모란미술관 특별기획 ‘한국미술의 새로운 흐름’ -모란갤러리,서울- | The Builder 전 - Gallery KiMi, 서울- | 2004  New Space, New Sight - 국립극장,서울- | '조각가가 바라본 평면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 2004 모란조각대상전 -모란미술관, 경기도 마석- | 송은미술대상전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행복_미술여행>전 - 조선일보미술관 | 목암미술관 특별기획전 -공간,인간,자연- -목암미술관,경기도- | -한국미의 재발견-  -공평아트센타,서울- | 2003 일레븐회 정기전  -백송화랑,서울- | 41회 낙우회 전 -서울교육문화회관,서울- | 2002  무조 (無造)/ open code -쌈지 스페이스, 서울- | 제 23회 서울조각회전 -예술의 전당, 서울- | 2001  연금술 / Alchemy -성곡미술관,서울- | FORMATIVE EXHIBITION  -파주시민회관 전시실,파주시- | 제39회 낙우조각회전 -전북대 문화관,전주- | 2000  New York Area MFA Exhibition | - Hunter College Time Square Gallery, New York-

■ 현재 : 국립고양미술창작 스튜디오 2기 장기 입주작가 | https://sang.simspace.com

 
 

vol.20060504-박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