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연 기획展

 

 

 

관훈갤러리

 

2005. 5. 11(수) ▶ 2005. 5. 17(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 02-733-6469

 

情을 기울이다.

세상의 굴레와 속박 받은 사람들의 마음에 싫증을 느껴 다른 곳에 정을 기울인다.

모양은 부드러운 털 뭉치 같고, 촉촉한 코와 차가운 혓바닥 검고 깊은 눈빛을 가지고 있으며 거칠거칠한 수염과 딱딱한 이빨, 쫑긋거리는 두개의 귀와 두툼한 네 개의 발, 하늘로 올라간 꼬리……. 힘없이 있다가도 새침하게 다가오고, 예민하게 으르렁거리다가도 달래듯이 부르면 조심스럽게 못 이기듯 다가온다.

- 작업노트 中 -

 

작품에서 보이는 개 이미지는 동일한 대상으로 8개의 화선지에 그려졌다. 하나의 개를 각각의 종이에 다양한 자세와 위치로 먹을 사용하여 표현하였는데 그 표현방식과 저마다 나눠서 그린 것과 이것을 디스플레이 한 것이 매우 일관성을 띤다. 좀더 설명하면, 각 화선지에 그려져 있는 개의 높낮이에서 오는 변화가 시선의 율동성을 보여주는데 먹을 사용하여 개의 이미지를 드러낼 때 갈필 위주의 방식으로 붓의 거친 속도감이 시각의 시원함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작품을 감상할 때 오는 시선의 흐름의 변화가 미적 즐거움을 준다.

우선 이미지의 처리방식에 대해서 설명해보면, 작품에 새겨진 개의 모습은 이목구비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으며 좀더 가까이 가서 살펴봤을 때 그 외형이나 발, 꼬리 등의 형태가 사실적이지 않고 붓의 거칠음과 먹의 자국들로 실제의 개가 아닌 개의 이미지로 먹과 붓을 사용한 기법에 의해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와 비슷하게 개를 그렸을 경우 이미지 처리방식에서 오는 힘은 현저하게 약해지게 된다. 사실적으로 그리면 대상을 그대로 그려야한다는 의식으로 붓의 속도감과 시각적인 촉감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작가는 과거의 작업방식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미지를 봤을 때 마치 먹을 묻히거나 새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은 나머지 화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대상 이미지의 위치와 동작으로 확장된다.

각각의 종이에 그려진 이미지는 서 있거나 뛰는 것으로 그 시점도 앞면과 측면, 뒷면으로 다양하게 서술된다. 그러데 이러한 기술방식은 전시에서 걸린 8개의 작품에 그치는 것 같지 않으며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은 평소에 작업한 것들 중에서 아니면 전시공간에 설치를 하면서 빠진 그림을 짐작케 한다. 이 말은 갤러리에 붙은 그림들은 작가의 작업에 일부분을 보여준 것이며 일렬로 배열된 화랑의 작품들을 통하여 시선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 작업으로까지 넓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예상케 한다. 어쨌든 관객에 의해 감상할 수 있는 8개의 배열은 곡선의 흐름을 이루어 시각적인 리듬을 만드는데 위에서 제시한 붓에서 오는 속도의 시원함과 이것을 같은 한 공간에 배열하지 않고 개별적인 화선지에 처리해서 나열함으로 단절되면서도 이어지는 효과가 시각의 재미를 준다.

또한 동일한 대상을 각 화선지에 개별화시킴으로 인간이 아닌 가장 가까운 동물을 들어 표현하여 오히려 거기서 오는 친밀함이 화면의 단편들의 흐름에 섞여서 기존의 의미와는 다른 내용으로 흘러내리게 된다. 아마도 이 부분은 관객의 몫이 될 것이고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미적재미를 더하게 될 것이다.

 

김용민 | 미학

 

 
 

 

 
 

vol.20050511-곽수연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