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케이리 Jin K. Lee 展
Glassworks
서울자브종
2024. 10. 21(월) ▶ 2024. 11. 2(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구기동 149-3 1층 서울자브종
www.seouljavjons.com
작업공간과 전시공간을 겸한 <서울자브종>에서 두 번째 오픈스튜디오 형식의 개인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두 쌍의 오리부부가 새끼를 낳아서 기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왜가리 종류의 진기한 새가 씨익(!) 웃으면서 제 앞을 걸어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온종일 까마귀가 울어 대는 소리를 들은 날이 있었는가 하면 할머니 등에 업혀 잠만 자던 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아장아장 걸어서 작업실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에게는 작업실과 집을 오가며 일상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경험들이 쌓이지 않았다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감각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작업실이라는 공간에 있다 보면 시간이라는 것이 과연 흐르기나 하는 걸까? 특히나 이번 작업을 하면서 자주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필립 글래스 (Philip Glass)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지만 우리는 진심으로 친한 친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 <Glassworks> 도 실은 그의 앨범 타이틀에서 따왔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저에게 Glass는 작품에 사용된 재료들이라는 점입니다. 2021년쯤부터 투명성을 띤 재료들 유리, 거울, 렌즈들로 조형적 실험을 시작하였는데 혼란스러운 부분은 실제로 내가 이 작업들을 시작하게 된 더 정확한 시점은 어쩌면 필립 글래스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필립 글래스가 <Glassworks>앨범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아니 어쩌면 필립 글래스가 태어난 시점부터? 아니 어쩌면 Glass 라는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지구에 출현하게 된 시점부터? 그때 난 어디에 있었을까? 난 언제부터 이 작업을 시작한 걸까?
저의 뒤죽박죽 뒤섞여버린 시時공간으로 초대합니다. 그동안 제가 유리와 거울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어떠한 조형적 탐험을 했는지, 유리와 거울이 가진 물성을 파괴하기 위해 어떠한 과정들을 거쳐왔는지 유리와 거울이라는 이 취약한(vulnerable) 재료들이 현시점에서 어떠한 의미로 확장되어 갈 수 있는지 고민의 흔적들을 나누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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