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숙 展
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한남대학교 56주년기념관 1층전시실
2024. 10. 17(목) ▶ 2024. 10. 29(화)
대전광역시 대덕구 한남로 70 한남대학교
동그라미-역사의 왜곡 1993_청동_55x70x190cm_주님의 귀는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신다(시34:15)
신앙에 대한 고백과 외길에의 열정
한 작가의 작품은 대개 창작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표현 방식을 담고 있으며 나아가 개인의 감성과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어 작품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작가의 성품이나 심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김효숙 작가의 작품이 그러하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감성, 소녀 같은 미소 이면에 내재된 섬세한 예술가로서의 기질과 온화하지만 굳건하고 단단한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이후까지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 스스로가 ‘종교적 사유를 통해 형상화한 그리스도에의 다각적인 접근’이라고 명명한 바 있듯이 종교적 고백을 담은 자전적인 전시회로 신앙에 대한 애정과 예술을 향한 80년 외길의 인생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작품을 시작한 이래 ‘동그라미’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천착해 왔다. 그렇다면 작가의 작업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동그라미’는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작가에게 있어 동 주제는 예술 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추구하고자 하는 종교이자,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조화로운 삶이고 포용과 사랑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동그라미’는 외적 형태로서의 대상이 아닌 사유의 가치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원초적 존재이다. 공간을 아우르는 물리적 곡선이자,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생명의 상징이며 나아가 모색하고자 하는 예술의 본질일 것이다.
동그라미-기원 96-1 1996_청동_42x20x66cm
70~80년대 후반까지의 작품은 내적 조화를 추구하는 동양적 사유, 즉 정적이고 사색적인 요소가 강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전통에 기반을 둔 부드러운 곡선과 인체의 물리적 양감의 표현이 주류였던 초기 작품들에서 정적인 이미지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90년대 이후에는 좀 더 구체적인 재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거친 터치와 인체의 긴장된 자세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와 역사적 불의에 대항하는 직설적인 감정을 표출해 낸다. ‘동그라미_역사의 왜곡93’, ‘동그라미_기원96-1’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변화의 수용이며 작가로서의 진지한 성찰의 결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을 규정짓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원만한 사랑의 표현이다. 90년대 일본 고바다께 공방과 무사시노대학 연구원 시절은 아카데믹한 수련의 시간을 지나 자유롭고 독창적인 표현들을 이끌어 내는 커다란 변화의 시기였다.
2000년대 이후, 모성의 상징이었던 ‘동그라미’ 세계의 확장은 본질을 추구하는 사유의 이미지와 창의적 대상 재현 방식이 결합된 ‘동그라미-고난상1 2011’과 같은 독특한 십자고상(十字苦像)으로 재탄생 하게 된다. 부드러운 윤곽과 과감한 생략으로 만들어진 그리스도상과 십자가는 자유롭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을 드러낸다.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는 더 이상 고통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과 용서의 대상이자 고난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희망을 구현하는 메신저이다.
꽤 오래전부터 작가는 버려지는 일상의 오브제들을 모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때는 소중한 삶의 일부였던 닳아빠진 숟가락과 낡은 접시들은 성령의 얼굴이 되고 비뚤어진 코가 된다. 실용의 역할에서 벗어나 오롯이 미적인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사물들은 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처럼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세심함에서 작품을 대하는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와 주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작가의 이번 전시회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독립큐레이터 손소정
동그라미-어린이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 1990_청동_24x20x40cm
동그라미-얼굴95-1 1995_테라코타_18x20x26cm_생명을 기르시는 농부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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