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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 展
In the city
도시속에서-새(In the city-Bird)_193.9x130.3cm_Acrylic on Canvas_2021
인사아트센터 2관
2021. 12. 15(수) ▶ 2021. 12. 20(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02-736-1020
도시 속에서(In the city)_112.1x145.5cm_Acrylic on Canvas_2021
이종태- 색과 선으로 이룬 도시 풍경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그림은 색채와 선으로 이루어진다. 사실 색채간의 상호작용이 그림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서양미술사에서 그림이 색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이는 세잔이었다. 세잔 이전에는 아무도 회화가 색채의 문제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았다. 릴케에 의하면 그는 색채의 내용물로 대상을 응축 표현함으로써, 색채를 뛰어넘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낸 이다. 이종태의 <도시풍경>연작은 묵직하고 간결한 선과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몇 가지 색으로 함축된 화면을 보여준다. 그림이 선과 색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것들이 화면을 지배하는 결정적 조건이자 핵심적인 내용, 그 자체가 된다. 기하학적인 선과 사각형 꼴의 구성으로 인한, 수직의 빌딩과 창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이 전면에 등장하고 후경으로는 무한한 하늘 혹은 바다 공간이 가득 펼쳐지고 있다. 흡사 그런 장면이 연상되는 그림이다. 구체적인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았지만, 전적으로 평면성의 화면에 물감의 질료성과 색채, 붓질. 선으로만 이루어진 추상회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종의 풍경을 부단히 연상시켜 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이 실제 자연과 도시 풍경을 재현하거나 묘사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분히 관념적인 도시/자연의 이미지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림을 보는 순간 모종의 풍경이 강렬하게 연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인상적으로 풍경에 대한 정서적 이미지를 함축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그림들은 외부 세계가 묘사되었다기보다는 색채와 붓질, 또는 물감의 다양한 연출 및 다채로운 표현 기법이 우선하고 있다. 색채와 물감의 속성을 실험하고 재료의 물리적 힘을 고려하는 한편 다양한 재료와 기법이 공존하며 이룬 복합적인 화면이 그대로 그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사실은 색을 지닌 물감들의 성질과 재질, 물성 등을 고려한 다채로운 표정이 그림이 되고 있다. 동시에 이 물질들의 표정과 색채, 선은 작가가 평소 마음에 품고 있는 도시에서의 삶이나 인생에 대한 감정의 여러 편린을 드러내는 매개로 진동한다. 도시/자연에 대한 작가의 복합적인 감정, 인생에 대한 갖가지 생각의 파편들이 그 사이로 조각조각 부유하거나 떠돈다.
도시 속에서(In the city)_193.9x130.3cm_Acrylic on Canvas_2021
이른바 풍경이란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그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환경은 '생물을 둘러싼 모든 것'을 지칭한다. 풍경의 영문표기인 landscape는 중세 네덜란드어 landscap에서 유래한다. 풍경landscape은 첫째, 넓은 시야로 본 자연 또는 가상의 경치를 말하며 둘째, 그것을 표현하는 '풍경화'라는 예술장르를 말한다. 풍경화는 '사람이 없는 자연 경관을 그린 것'이다. 설령 사람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그 형체가 표정이나 인물의 고유성을 드러내지 않는 수준에서 원경으로 포함 되는 것을 말한다. 이종태의 <도시풍경>연작은 풍경화에 속하지만 그것은 작가에 의해 상상된 풍경이고 실재하지는 않는 풍경이다. 그럼에도 도시와 바닷가. 자연의 전형적인 어느 한 부분을 선명하게, 인상적으로 떠올려준다. 이른바 도상적인 풍경의 이미지라고 부르고 싶다. 단순하고 힘 있는 선으로 추려낸 건물과 조각배, 등대, 새와 구름 등의 형상은 그 도상화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 작품 간의 편차가 큰 편인데 나로서는 이번 근작에서 <도시풍경> 연작 중 <밤바다>, <포구의 새벽>, <별이 빛나는 밤에>, <도시 속에서-새>, 이 네 점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고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색채 감각이 돋보이고 우직하고 힘 있는 선의 쓰임, 그리고 물감을 다양한 표정으로 연출해내는 솜씨 등에서 무척 잘 짜여진, 구성된 조형감각을 맛보게 한다.
도시 속에서-나의 배( In the city-My Boat)_162.2x130.3cm_Acrylic on Canvas_2021
<밤바다>는 깊고 짙은 블루가 흠뻑 적셔진 화면을 배경으로 전면에 수직으로, 환하게 불을 밝힌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작가의 그림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러한 건물의 묘사, 표현방법이 상당히 실감나고 흥미롭다. 단순한 처리임에도 콘크리트 구조물의 공학적인 외관이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표현되고 있다. 도시를 가득 채운 거대한 빌딩과 아파트 군집을 날카롭게 추려낸 이미지다. 조명에 의해 달궈진, 불을 밝힌 마천루로 상징되는 도시의 밤 이미지가 잘 포착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 건물의 윤곽선을 채우고 있는, 사각 면의 표면을 덮고 있는 다채로운 선들, 농도를 달리 하는 물감의 궤적이다. 갖가지 표정을 지으며 물리적인 현상을 반영하는 이 유동적인 선들은 중력의 법칙에 의해 아래로 흘러내리고 혹은 여러 방향으로 죽죽 치고 내달린다. 화면 하단을 향해 혹은 경사면을 타고 흐르고 그어진다. 붓질이 아닌 다양한 기법에 의지해 이룬 이 선의 운용이 건물의 내부를 지시하는 동시에 각기 복잡하고 다양한 생의 내용을 부여하는 한편 형언하기 어려운 생의 여러 감정 상태, 삶의 양태를 또한 흘려보낸다. 온갖 선들은 물감의 표정을 드러내는 구실을 만들기도 하고 또한 다양한 도시의 삶과 군상들의 에피소드를 연상시키는 기호들이자 흔적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선들의 질주와 굴곡이 이루는 궤적이 그대로 흥미로운 드로잉이 되고 그림을 만든다. 나로서는 물감의 농도와 질료, 물성의 연출과 거의 무의식적으로 흘리고 뿌리고 긋고 질주하는 듯한 선들의 충동적이면서도 적절히 통제되는 그 맛이 좋다. 이 그림과 유사한 작업의 예들이 일련의 <도시 속에서>시리즈이며 여기에 속한 그림들이 모두 이와 같은 방법론을 보여주면서 일관된 수준을 견지한다.
밤바다(The night sea)_193.9x130.3cm_Acrylic on Canvas_2021
한편 <포구의 새벽>은 작가의 작업 중에서 색채 감각이 가장 돋보이는 그림 중 하나다. 이 그림과 함께 <별이 빛나는 밤에>가 그렇다. 두 작품 모두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차원에서 색의 활용이 매우 감각적으로 구사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화면을 채운 색채 자체가 이미 그림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압도함이 있다. 색채만으로 충분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좀 더 구체적으로 새벽 포구의 풍경이 연상되는, 재현적인 풍경의 자취가 농밀한 편이다. 붉은 색과 함께 전경에 자리한 밝은 색의 굵고 묵직한, 짧은 선들의 토막들이 직선으로 분절되면서, 구획하면서 이루는 선으로 만드는 구성이 재미있다. 마치 종이테이핑을 붙여놓는 듯이 이어가는 선들은 배경의 색을 뒤로 밀고 앞으로 직진하면서 환하게 빛을 내면서, 자유롭게 꺾여나가면서 이런저런 건물과 구조물을 암시한다. 어두운 바다의 색감과 그 질료성, 두툼하고 무게 있는 색조로 인한 분위기에 환하고 강렬하게 자리한, 대조적인 선들의 차이가 이 그림을 상당히 빼어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_193.9x130.3cm_Acrylic on Canvas_2021
<별이 빛나는 밤에>도 동일한 맥락에서 색채 감각이 우선한다. 짙고 깊은 블루로 감싸여진 화면은 서정적이면서도 중후한 무게감을 지닌 체 침잠한다. 무엇보다 묵직한 그림이다. 단순한 구도와 단일한 색채만으로도 충분한 그림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특히 부분적으로 롤러로 밀고 나간 흔적이 주는 민첩함과 경쾌함이 선의 맛과 함께 하는데 나로서는 이 수평으로 죽죽 밀고 나가 이룬, 여러 층으로 겹치는 자취와 그로인해 우연히 발생한 얼룩이 좋다. 그 위로 거의 무의식으로, 자동 기술적으로 드리핑 한 물감들, 흘려놓은 물감/선의 자취와 궤적들이 이룬 분방한 맛이 매력적이다. 도시에 대한 여러 단상과 그 안에서 사는 유한한 인간의 착잡한 심정이 녹아있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보다도 이 몇몇 그림들은 이미 색채와 선의 맛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그림의 어느 수준을 밀도 있게 전해주고 있다 (이상 박영택, 2021.12).
어느 개인 날(One fine day)_162.2x130.3cm_Acrylic on Canvas_2021
포구의 새벽(Down of the port)_193.9x130.3cm_Acrylic on Canvas_2021
이종태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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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태 | Lee, Jong-tae
개인전 | 2000 자유스러움을 위하여, 백송화랑 | 2007 卍 -나는 너의 무엇인가?, 단성갤러리 | 2015 푸른문(Blue Window) | 2016 홀로서기-드로잉(Standing Alone-Drawing) | 2017 벽 (Wall) | 2018 자전거(Bike) | 2019 홀로서기 2019(Standing Alone 2019) | 2020 Bird-COVID19, 이상 인사아트센터 | 2021 몸(Body-2021), BT갤러리 | 도시속에서(In the city), 인사아트센터
부스전 | 2008 NAAF2008, West Japan Convention Center | 2009 남송국제아트페어, 성남아트센터미술관
저서 | 이종태의 드로잉북-자전거
E-mail | flood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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